손웅정. 축구 팬들에게는 잘 알려진 이름이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세계적인 공격수 손흥민의 아버지이다.
영국에서 손흥민 선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손흥민을 길러낸 아버지에 대한 관심도 생겨나고 있다.
유럽의 축구선수들은 대개 유소년 클럽을 통해 전문적으로 양성된다. 그에 비해 손흥민 선수는 만 16세에 독일 유학길에 오르기 전까지 거의 아버지의 개인지도로 축구를 익혔다는 점이 외신에서는 신기한 뉴스거리이다.
초등학생 때 학교 운동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했던 훈련이 얼마나 혹독했던지,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정말로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려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데도 축구가 재밌었다고 한다.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선수가 되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가슴에 품은 꿈.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
흔히들 손흥민은 슛 능력을 타고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놀다가 우연히 찬 공에 형 손가락이 골절됐다는 이야기는 그런 남다름을 짐작케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절대 타고난 것이 아니라며 이렇게 설명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2011년 여름, 5주간의 휴가 때 한국에 들어와 매일 오른발 왼발 번갈아 천 개 씩 슛을 때리는 연습을 했다. 아버지와 함께한 그해 여름 지옥훈련의 결과물이 지금의 슈팅이 되었다.'
현재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양발을 다 잘 쓰는 공격수로 손꼽힌다.
어릴 적 축구를 시작하며 막연히 품었던 꿈을 마침내 이루어낸 것이다.
내게도 눈곱만 한 재능이 있었다면 아마도 글쓰기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 보는 걸 좋아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집집마다 책을 쌓아놓는 시절이 아니어서 엄마가 큰 맘먹고 사준 전집을 몇 번씩 아껴가며 읽었다.
마침 초등학교 교실에 학급문고가 비치돼 있었는데 매일 그걸 보는 재미로 학교를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인기 있는 책은 차례를 기다려야 해서 항상 조바심이 났다. 행동이 느렸던 나는 한 번도 일등으로 원하는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글짓기 시간에 내가 쓴 글은 그런 기다림 없이 가장 먼저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거기다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사람들의 칭찬이 글 쓰는 재미를 더욱 키워줬다.
중학생 때까지 어쩌다 학교 대표로 뽑혀 글짓기 대회에 나가곤 하는 바람에 막연히 글을 잘 쓰는가 보다 생각했었다. 그게 착각이었다는 것은 고등학교를 도시로 유학을 가고 나서 알게 되었다. 거기에는 나만큼 글을 쓰는 친구들이 한 반에도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면서 점점 글 쓰는 재미가 사라졌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끄적거리다 보면 기분마저 우울해져 내 글인데도 읽고 싶지가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를 그만뒀다.
내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이를 기르면서이다.
나는 요즘도 아이에게 ‘네가 너무 좋아서 동생 낳는 걸 깜빡했다.’ 고 농담처럼 말하곤 하는데 반은 진심이다.
물론 지금은 아이가 많이 큰 덕분에 힘들고 추레했던 육아 시절이 좋은 쪽으로만 각색이 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가 자라는 동안 내게 많은 감동을 준건 사실이다.
어떤 날은 자상한 선생님처럼 어떤 날은 속 깊은 친구처럼 어리석은 내게 세상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를 다독여 주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오랫동안 인정하지 못하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됐다. 또 평생 오만하던 고개를 숙이고 감사하는 법도 배웠다.
그러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옛날처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적었다. 아이 덕분에 웃었던 일. 아이와 함께 울었던 일. 책을 읽으며 했던 생각.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설레었던 기분 등.
손이 가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썼다. 짧은 글이 하나 둘 쌓여갔다.
완성해서 저장해놓은 글을 때때로 꺼내서 혼자 재미나게 읽었다.
'맞아, 그때 그랬지.’, ‘아이고, 우스워.'
나는 다시 내 글의 최초이자 최고의 독자가 되었다.
손흥민 선수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모든 경기에서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선수이다.’
나는 저 말에서 월드클래스 선수의 겸손함에 앞서 그가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느껴진다.
재능이 있어서 잘하는 경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어서 계속 노력을 한 결과, 그게 재능이 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손흥민 선수도 자신은 후자의 경우에 든다고 말한다.
얼마 전 라섹 수술을 한 뒤 앞이 잘 안 보여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쓰고 싶어 하는지 깨달았다.
지금 나 스스로를 인터뷰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지금보다 더 잘 쓰고 싶다. 나는 글쓰기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잘하기 위해 인생 처음으로 끈기를 갖고 노력해 볼 생각이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으니까.
라 리가에서 활약 중인 이강인 선수의 에세이를 언젠가 내가 쓸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