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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Nov 13. 2022

[시] 낙엽




옳지 잘한다 너 기특하다

긴 여름 낮이 꼬리를 자르고 가버린 후

잎과 줄기 사이에 바리케이드를 쌓아

물도 양분도 오가지 못하게 가둬

여름의 총애를 희생할 준비를 마쳤다


마르고 고인 여름 물질을 파괴해

빨강 주황 노랑 가려진 색이

잎 끝부터 타고 내려온다


단절과 숙성의 시간을 잃어버려

행여 DNA에 새긴 열기로

스스로 가랑잎이 돼버리는

미련한 삶을 경계해

날마다 겸손함에 고개 숙인다


위 옆 하나 둘 낙하를 시작한다

제 역할을 온전히 해내고

어머니의 품으로 뛰어드는 너

그래 수고했다 박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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