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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Jun 23. 2023

도시인 1과 2



도시인 1과 2는 출신이 애매한 무늬만 촌인이라 할 수 있다. 촌에서 나고 자랐지만 두 집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지 않았고 본인 둘 모두 학업 때문에 일찍부터 도시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도시인이라기엔 정체성에 맞지 않고 촌인이라고 하기엔 무지몽매하기가 도시인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굳이 묻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출신을 은근히 숨길 때가 더러 있다.


도시인 1과 2는 얼마 전부터 정체불명의 열매를 매달고 있는 나무를 여러 곳에서 목격하는 중이었다. 처음 그 나무를 본 곳은 외곽의 어느 카페였는데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둘은 두 눈으로 보면서도 주황색 열매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지 못해 포털 검색까지 동원한 끝에 유자가 아닐까 결론지었다.


“유자청 속에 든 건 노랗던데.”


실물 유자를 본 적이 없는 도시인 1이 갸웃거렸다. 귤나무라고 주장하던 도시인 2는 노란색과 주황색깔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한 번 눈에 익은 뒤로 흔하게 그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식당 주차장, 주택 마당, 산 길 등 자그만 주황색 열매로 치장한 나무는 곳곳에 있었다.

급기야 그제는 아파트 마당에서 그 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다.


“와, 여기에도 있네.”


나무가 높아 열매가 잘 보이지 않아서 둘은 나무 아래까지 가까이 다가가 올려다보았다.


“이거 감나무네.”

“이렇게 작은 감이 가을까지 자라는가 봐. 벌써 익었네.”


도시인 1은 작년에 초록색 감이 가을에 익어 색깔이 변하는 걸 봤던 걸 망각했다. 감나무 잎이 크고 짙은 녹색이었던 것도 함께.


발걸음을 옮기려던 때, 도시인 1의 발에 무엇인가 밟혔다.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였다. 드디어 몇 주간 자신을 혼란케 했던 주인공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단 기쁨에 도시인 1은 냉큼 그 주황색 감을 주워 들었다. 감은 껍질이 폭신하고 손아래 느껴지는 과육은 부드러웠으며 반쯤 벌어진 속 한가운데 커다란 씨가 박혀있었다.


“이거...... 매실이네.”


도시인 1은 주황색 열매를 툭 땅에 떨어뜨렸다. 불과 몇 달 전 봄에 그 자리에 환하게 피어있던 매화가 그제야 떠올랐다.


“옛날에 아버지랑 매실 많이 땄었는데.”


언감생심 감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는 듯이 본인의 우매한 발언을 추억으로 덮으며 도시인 2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도시인 2는 은퇴 후 촌에서 텃밭을 일구고 사는 꿈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인 1이나 응원할까 도시인 2를 아는 누구라도 비웃을 꿈이다. 도시인 1은 촌의 여름철 김매기를 고등학교 잔디밭 잡초 뽑기 정도로 여긴다. 진골 촌인 출신의, 도시인 1의 친구가 그 얘기에 헛웃음을 터뜨렸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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