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유미 Sep 18. 2023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연일 뉴스매체들이 전하는 참담한 소식을 읽고 듣기가 괴로워 어느 순간부터 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꿈을 별처럼 밝혀주셔야 할 선생님들께서 먼저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차마 믿을 수 없는 소설 같았습니다.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어느 때보다 선생님의 안부가 궁금하고 걱정이 되는 요즘입니다.

교실을 나와 광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얼마나 절박한지는 거기 모인 수많은 선생님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우리는 선생님들을 낭떠러지 같은 교단에 서게 만들었을까요. 한걸음만 잘못 내딛어도 추락할 것 같은 공포로 선생님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을까요.


저는 권위적인 선생님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세대라 학생권이란 단어도 몰랐었지만 지금 세대 아이들은 저와는 다른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교에서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 반가웠습니다.

교권과 학생권에 대한 그런 인식의 전환이 기대했던 대로 서로를 존중하며 보완하는 관계가 아니라 마치 땅따먹기처럼 한쪽의 권한이 커지면 다른 한쪽은 줄어들다 못해 소멸해갈 줄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고소, 아동학대, 정서적 폭력, 학교폭력위원회 등등 학교 울타리 안에서 들리기에 이질감이 드는 말들이 이제 학교에 제법 어울리는 일상용어가 된듯합니다.

아이들을 잘 이끌어주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는 한 배를 탄 목적지가 같은 동지인데 어떻게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을까요. 교실에서 지도하기 어려운 점은 가정에서 훈육하고 집에서 어려운 점이 있을 때 선생님께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서로 힘을 합쳐 돕는 관계라고 생각했었는데 뉴스에서 쏟아지는 날카로운 말들은 서로 칼끝을 겨눈 듯 보이게 합니다.


공적인 연락이 혹시나 사적인 연락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선생님께 연락 한번 드리기가 수십 번 망설여지는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이제 누구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요.

어째서 선생님들을 보호해 주는 최소한의 제도도 갖추지 않은 채 학교와 교육당국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선생님들을 방패막이로 세우는 걸까요.

불 보듯 뻔한 문제를 우리 사회가 눙치며 뭉개고 있는 동안 곪을 대로 곪은 데가 터져서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흔히 아이들에게 권위적인 부모가 되지 말고 권위가 있는 부모가 되라고 합니다.

선생님들께서도 그러하겠지요.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아이를 바라봐주셨던 선생님의 마음을 잊지 못합니다.

항상 폐를 끼치는 것만 같아서 너무 애쓰시게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와 있는 시절이지만 이 끝에 더 나은 길이 펼쳐지길 바라며 선생님께서 교실에 계실 때나 광장에 계실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이 시대 선생님들을 지지하는 학부모 올림.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의 바탕은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