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간만에 요가를 갔던 탓인지 근육통으로 똑바로 서지 못해 이틀 동안 어기적어기적 걸어 다녔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에 거짓말처럼 갑자기 근육통이 사라지고 다시 직립보행을 할 줄 아는 인간으로 돌아왔다.
5시에 끙끙거리며 소파에 드러누울 때만 해도 한 시간 뒤 멀쩡히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근육이 풀리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몸은 정확히 알았던 모양이다. 뭉친 근육은 움쩍 않고 정해진 시간을 채우며 얼음땡을 기다렸다. 그 시각은 5시 50분도 아니고 5시 55분도 아니고 정각 6시였던 것이다.
그리고 어젯밤 그 프로세스가 내 뇌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걸 경험했다.
정의론의 각종 개념을 머리에 집어넣으려고 읽고 또 읽어도, 읽을 때마다 모르는 자신에게 실망해 눈물을 찔끔 짜냈던 그전 밤의 고비를 넘기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피아니스트가 실력이 느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연습에 비례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정체기를 겪다 충분한 연습량에 도달하면 한순간에 올라가는 계단식 성장을 한다고 했다.
나의 뇌도 그처럼 한 단계 벽을 넘어간 느낌이었다.
뇌 과학자들이 뇌 활동 펄스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여러 피질 영역으로 퍼지며 각 부분끼리 소통하는지 연구하는 방법을 ‘전기 망치로 뇌를 두드리고 메아리를 듣는 방식’이라고 표현한다.(내가 된다는 것-아닐 세스)
뇌의 한 부분을 활성화시키면 피질 표면 전반에 광범위하게 메아리가 퍼지면서 복잡한 패턴을 이루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데, 쿨라임이 두드린 내 뇌 속에서 어젯밤 한바탕 불꽃놀이가 벌어졌던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모호했던 몇 가지 개념들이 나름 이해가 되며 정리가 되었다.
그간 속으로 험한 소리 꽤나 퍼부었던 존 롤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간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한 탓에 작가를 오해하고 고깝게 본 것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를 드리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개념을 몇 편에 나누어 정리해보고자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전문가의 지극히 주관적 의견이니 혹시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는 독자 분들에게 참조가 될 만한 수준의 내용이 아님을 미리 알려드린다.
예를 들면 애매한 경계에 있는 색깔을 존 롤즈가 보라색이라고 썼는데 나는 분홍색으로 해석했을 여지가 다분하다. 그렇지만 최대한 같은 색깔을 알아보려고 애를 쓴 그간의 노력에 기대 심한 오독은 아닐 거라고 위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