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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Mar 04. 2020

당신 거기 계셨습니까



당신 거기 계셨습니까

시인이 오래 보아야만 예쁘다던 당신은

가지런히 무릎을 꿇고 앉아야 겨우 수줍은 얼굴을 보여 주었지요



돌아보면 세 잎 클로버 밭에

당신은 지천으로 피어있었는데 말입니다

한 번도 당신 곁에 조용히 앉은 적이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가는 날엔

맨발로 가겠습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당신 거기 계셨습니까

안부를 묻겠습니다

가는 동안 상처 입은  발을

어루만져주시겠습니까



당신은 기꺼이 한쪽 어깨를 내어주시겠지요

가만히 기대어 생각합니다

지난 계절에  똑같이 오겠다던 약속을

당신이 지켰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 여기에 계셨던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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