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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May 21. 2020

일리아스(제6권)

헥토르와 안드로마케의 만남


 
**안드로마케 : 헥토르의 아내
 
“아카이오이족은 트로이아인과 동맹들을 죽이고 그들의 무구들을 전리품으로 챙겼다. 그때 프리아모스의 아들 중 뛰어난 새점쟁이 헬레노스가 말한다. ‘모두 버티고 싸우라. 헥토르 형님은 시내로 들어가 어머니와 부인들에게 명해 아테나 신전에 기도하고 헤카톰베(제물)를 바치도록 하시오.’ 헥토르가 성안으로 들어간다.
힙폴로코스의 아들 글라우코스와 튀데우스의 아들 디오메데스가 전장에서 맞닥뜨린다.
디오메데스가 묻기를 ‘너는 어떤 가문이냐?’ 그러자 글라우코스가 긴 이야기로 답을 한다. 이야기를 마치자 부조 때부터 친구인 가문임을 서로 알게 돼 싸우지 않고 무구들을 바꾸어 우정을 다진다.
성으로 돌아온 헥토르는 어머니 헤카베를 만나 헬레노스의 말을 전한다. 헤카베는 여인들을 이끌고 아테네의 신전으로 가서 가장 좋은 옷을 바치며 디오메데스를 물리쳐준다면 ‘아직 막대기에 맞아본 적 없는 한 살배기 암송아지 열두 마리를 지금 당장 신전 안에서 제물로 바치겠다.’고 기도하고 빌었다.
그사이 헥토르는 파리스를 찾아가 꾸짖고 자기를 따라 전장으로 다시 가자고 채근한 뒤 집으로 가 아내와 아들을 만난다. 만류하는 아내를 뒤로 한 채 헥토르는 파리스와 함께 다시 전장으로 돌아간다.“
 
<독후감>
인간은 결코 신의 뜻을 알 수 없는 것인가. 그리스 군이 아테나를 등에 업고 싸우는 것을 모르는 헬레노스는 상대편의 신에게 가서 기도하고 빌라는 엉뚱한 신탁을 내린다. 아테나가 응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6권에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신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돌덩이를 밀고 다니는 불쌍한 시쉬포스 이야기도 주석으로 짧게 적혀있다.
디오메데스가 글라우코스를 만나 가문을 물으며 본격적으로 벨레로폰테스 이야기가 시작된다.
짧게 옮겨 본다.
벨레로폰테스는 코린토스 왕의 아들로 본의 아니게 사람을 죽이고 티륀스 왕 프로이토스에게 피신한다. 왕의 아내가 그를 유혹하다 실패하자 그녀는 프로이토스에게 가서 오히려 그가 자기를 유혹하려 했다고 모함한다. 프로이토스는 뤼키아 왕 이오바테스에게 벨레로폰테스를 보내며, 편지를 전하는 자를 죽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준다. 직접 죽이기가 꺼림칙했던 이오바테스는 벨레로폰테스에게 키마이라를 죽이라고 명하는데 그가 천마 페가소스의 도움을 받아 그 괴물을 죽이는 등 어려운 임무를 무난히 수행하자 이오바테스는 그를 사위로 삼게 된다. 그는 훗날 페가소스를 타고 하늘을 오르려다가 제우스가 내동댕이치는 바람에 세상에 버림받고 쓸쓸한 노년을 보냈다고 한다.
시쉬포스 집안의 벨레로폰테스의 아들의 아들이 바로  디오메데스와 맞선 글라우코스였던 것이다.

글라우코스가 으스대며  '우리 할아버지가 말이야.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말이야.' 라며 자기 조상들 이야기에 취해있는 동안 (책에서는 제우스가 분별력을 잃게 만들었다고 한다.) 디오메데스는 황소 아홉 마리 밖에 쳐주지 않을 자신의 무구를 황소 백 마리의 값어치가 있는 글라우코스의 무구와 맞바꾸었다.
상대를 잔뜩 우쭐하게 해놓고 그 틈에 자신의 이익을 챙긴 것을 보면 디오메데스는 심리학을 배운 남자임에 틀림없다.
 
헥토르가 어머니를 만나 하소연을 하다 무심결에 튀어나온 혼잣말에서 웃음이 났다.
‘제발 땅이 갈라져 그 녀석을 삼켜버렸으면 좋으련만.’
동생 파리스가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아내와 아들 앞에서 헥토르는 다정했다. 제발 여기 머무르라는 아내의 말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따라야함을 잊지 않는다. 그 부분이 가슴 깊이 울림을 주었다.
‘제발 마음속으로 너무 슬퍼하지 마시오.
어느 누구도 내 운명을 거슬러 나를 하데스에 보내지 못하오.
그러나 인간들 가운데 누구도 운명은 피하지 못했소.‘
헥토르는 조국의 멸망과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안중근 의사 어머니의 마지막 편지가 떠올랐다.
남편이 죽을 것을 예감하고 다시 돌아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안드로마케의 마음이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것이다.
아들이 죽음을 두려워 할까봐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고 전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무서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그 마음의 깊이와 무게는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담담히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임무를 다하려는 헥토르. 인간적인 헥토르의 매력에 빠졌다.
브래드피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트로이’를 한 번 보고 싶어진다. 브래드피트가 아킬레우스 역으로 나온다고 하니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서 헥토르를 능가하는 아킬레우스의 분전을 기대해본다.
‘엄마는 금사빠야.’라는 아들 말마따나 그때는 또 아킬레우스가 멋져 보일지도.
그나저나 삐쳐서 함선에 틀어박혀 있는 아킬레우스는 언제쯤 다시 등장하려나.
이야기가 점점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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