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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May 25. 2020

일리아스(제8권)

전투의 중단


 
“제우스는 올림포스에서 신들의 회의를 열고 누구든 이 싸움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를 한다. 날이 밝자 싸움으로 대지에는 피가 내를 이루었다. 한낮이 되자 제우스가 죽음의 운명 두 개를 저울에 올려놓으니 아카이오이족의 운명의 날이 기울었다. 제우스가 아카이오이족 백성들 사이에 불타는 섬광을 보내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디오메데스만이 홀로 끝까지 분투하며 헥토르를 뒤쫓았다. 그러자 제우스가 의 전차 앞에 번개를 날려 몰아낸다. 디오메데스가 도망치자 헥토르와 트로이아인들 사기가 더욱 오르고, 함선들에서 방벽에 이르기까지 빙 둘러서 파놓은 호 안으로 적들을 가둔다.
아가멤논은 눈물로 호소하고 제우스가 그를 불쌍히 여겨 구원해 줄 것을 약속한다. 제우스의 뜻을 보고 아카이오이족이 분발하는 듯했으나 미쳐 날뛰는 헥토르를 당해 낼 수 없었다. 헥토르는 아카이오이족을 바짝 뒤쫓으며 맨 뒤에 처진 자를 계속해서 죽였고 그들은 달아나기에 바빴다.
헤라와 아테나가 하늘의 문을 열고 전장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고 제우스가 크게 노하며 제지시킨다. 불만을 터트리는 둘에게 제우스가 말한다.
‘아킬레우스가 함선들 옆에서 일어설 때까지 아르고스 창수들을 도륙할 것이다. 이것이 운명의 뜻이다.’
날이 저물어 트로이아 진영에서는 불을 피우고 아카이오이족의 도망을 감시한다. 그들은 사기충천하여 활활 타오르는 천 개의 화톳불 옆에 앉아서 새벽의 여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
 
<독후감>
도륙이란 단어가 이번 권에서만 몇 번이나 나왔던가.
도륙, 사람이나 짐승을 함부로 참혹하게 마구 죽인다는 뜻이다.
창으로 찌르고 활을 쏘고 칼로 베고 돌로 쳐 죽인다.
그날 적을 도륙하는 헥토르의 두 눈은 고르고나 살인마 아레스의 눈과 흡사했다고 묘사된다.
전쟁의 한 복판은 광기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가멤논이 활을 쏘는 테우크로스를 독려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테우크로스가 하는 답이 걸작이다.
“그러잖아도 애쓰는 나를 왜 또 격려하시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쉬지 않고 싸우고 있소. 벌써 여덟이나 쏘아 죽였소. 그러나 저 미친개만은 맞힐 수가 없소.”
그러니까 애쓰고 있는 사람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
매일 아침 인터넷 수업으로 등교를 대신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딴에는 애쓰고 있는데 더 잘하라고 내가 재촉하지 않았던가 생각해봤다.
만약에 아이가 테우크로스를 알았다면 저 말을 나에게 돌려줄 뻔하지 않았겠나 싶어서 뜨끔했다.
“그러잖아도 애쓰는 나를 왜 또 격려하시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쉬지 않고 수업을 듣고 있소. 벌써 세 과목이나 마쳤소. 그러나 저 미칠 것 같은 수학만은 해결할 수가 없소.”
생각해보니 오싹하다. 책을 숨겨 놓든지......
 
헤라와 아테나는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높여달라는 테티스의 뜻을 이루어 주려는 제우스를 비판한다. 제우스는 ‘죽고 싶다면.’이라는 단서를 달며 엄포를 놓는다. 옴짝도 못하게 된 엄마와 딸은 몹시 부아가 나고 못마땅하여 아빠 험담을 늘어놓는다.
신들 집안도 인간들과 하나 다를 바 없구나.
권위적인 아빠는 ‘따’당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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