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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Jun 22. 2020

[시]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어느 집에나 화산 같은 누군가가 살고 있어요.ㅎ



화산도 사정이 있더래
자긴들 터지고 싶어서 터지냐고
그게 다 부글부글 끓어대는 마그마 때문이라는 거지

마그마도 사정이 있긴 마찬가지 더래
자긴들 녹고 싶어서 녹았냐고
깊은 땅속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녹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더라는  거지

사정을 들어보니 딱도 하여
비를 내려 화산을 식혀주고 싶었어
그렇지만 십 년간 내린 비로도
화산을 잠재우기엔 부족했나 봐

그 화산은 오늘도 폭발했어
그런데 위력이 예전만 하지 않았다지
아마 화산도 나이를 먹어가나 봐
언젠가 깊은 땅속 열기가 식어
펄펄 끓는 용광로 같은 마그마도 식으면
화산은 생명을 다하는  거래

그때까지 계속 비를 내려볼 작정이야
이게 내가 아는 화산 이야기야
혹시 네가 아는 다른 화산 이야기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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