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불안의 손을 잡고
- 나 요즘 잠을 못 자
- 왜? 너처럼 잘 자는 애가?
- 갱년기 증상인가 봐, 불안감도 커지고... 불안해서 잠을 못 자는 건지, 잠을 못 자서 불안한 건지 모르겠어
- 나도 요즘 그래, 근데 불안은... 나는 평생 불안감을 안고 살았어
30년 가까운 세월을 가장 가깝게 지낸 나의 절친이 한 말이다.
자신은 늘 불안감이 컸다고, 늘 마음 한 구석에 불안을 품고 살았다고 한다.
놀랐다.
내가 불안감을 가진 건 최근이고, 그것 때문에 이렇게 힘든 데
그걸 평생 느끼고 살았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 아마 그래서 너랑 더 친해줬을 거야, 너랑 나는 모든 면에서 다르잖아
단순함, 안정감, 태평함 이런 내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있는 네가 좋았어
그랬다. 우린 너무 달랐다.
성향도 취향도 성격도, 게다가 자라온 환경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였다.
그런 둘이 거의 7,8년 가까이 동거했고, 30여 년을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우리가 절친인 이유를 찾아보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너무 달라서인 것 같다.
우리 둘은 문제 해결 방법도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나는 문제를 단순하게 만들어서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 반면
친구는 고민하고 분석하며 지구 반대편까지 파고 들어갔다.
그럴 때 서로 얘기를 하면 당사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고
그게 가끔은 의외의 해결방법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의 얘기를 잘 듣고 수용하고 인정했다.
그렇게 부족한 면을 채워주며 가족보다 서로에 대해 더 잘 아는 관계가 됐다.
나보다 예민하고, 일할 때는 강박에 가까운 면을 보일 때도 있고,
하드 워커인 줄 알았지만, 어릴 때부터 불안을 안고 산 건 몰랐다.
힘들지 않았냐고 지금도 그러냐고 물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그렇다고 했다.
딸과의 관계라던가, 일이라던가 불안 때문에 발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자신에게 도움이 된 것도 많다고 했다.
공부할 때도 그랬지만, 일할 때도 불안하니까 준비를 더 많이 하고, 끊임없이 빠진 건 없는지,
더 해야 할 건 없는지 되돌아본다고 한다.
그런 것들이 자신을 좀 더 나은 방송 작가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불안을 그렇게 이용할 수도 있는 거구나
친구의 말이 나에겐 지푸라기가 됐다.
그동안 내가 너무 맘 편하게 살았지,
자 이제 불안과 함께 해야 될 것들이 뭔지 생각해 보자.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너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할까
그렇게 불안과 잘 지내는 것을 넘어 내 삶의 동업자로 손을 잡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