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와 카페 사장 3

3. 불규칙과 규칙, 그 어마무시한 일상의 차이

by 케이

요즘 카페 사장인 나의 일상은 이렇다.

오전 7시 50분 기상

오전 8시 30분 카페 출근해 오픈 준비

오전 9시 카페 오픈

내내 카페에서 일

오후 8시 반부터 청소 및 마감 준비

오후 10시 카페 퇴근

씻고 좀 쉬거나,

필요한 브런치 재료가 있으면 준비한 후,

오전 1시쯤 취침


화요일 쉬는 날, 하루를 빼면 6일 내내 이런 일정이다.


2024년 3월, 카페를 처음 열었을 땐 혹독했다.

처음 하는 일이 익숙지 않았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더 빨리 나왔고 (오전 7시 반 출근),

당시에는 밤 11시까지 영업했으니 청소하고 들어가면 자정(칼퇴근은 무슨)이었다

씻고 자기 바빴고, 다음 날 같은 일이 반복됐다.

커피 하나, 브런치 하나 손님 테이블에 내는 건 긴장의 연속이었고

배고픈 것도 느끼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일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카페 일에 익숙해지기까지는 3개월,

완전히 손에 익어 여유가 생기기까진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하루하루가 엄청나게 규칙적이다.

(물론 카페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다양하지만)


반면 방송작가는 불규칙의 연속이었다.

우선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밤을 새우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늦은 시간(보통 밤 10시~ 오전 서너 시)에 일하는 게 버릇처럼 되어버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일상이었다(이것이 규칙적이라면 규칙적이겠다).

섭외 일정이나 촬영 일정에 따라 모든 게 움직였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경우가 많아 항상 대기 상태였다.

전화 통화는 언제든 가능해야 하니 휴대폰은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노트북은 내 몸, 장기의 한 부분처럼 함께 했다.


프로그램을 할 때 움직일 수 없이 정해진 하나는 방송시간이었다.

모든 건 그 하나를 위해 불규칙적이고 예상 가능하지 않게 움직였다.


그렇게 일하다 보니, 친구와의 약속은 미뤄지거나 취소하기 일쑤였고

경력이 많지 않았을 때는 주말이나 휴일도 없었고, 명절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의 결혼식이나 돌잔치도 챙기지 못했다.

가끔 장기간(6개월~1년)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시간을 잘 조정해

여행을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도 연락이 끊기면 안 된다.

그러니 비행기 안이나 숙소에서 일을 하는 건 허다하다.


언니는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 너네는 도대체 왜 그러고 사니


나도 동의한다. 대체 왜 우리는, 나는 이러고 살까


그렇게 치열한 불규칙의 일상이 방송작가의 삶이다.

이런 불규칙과 예상 가능하지 못한 생활이 힘들어 작가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많아지면서 여유도 생기고, 스케줄도 조절 가능했지만

여전히 방송작가의 삶은 '규칙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나는 그런 불규칙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일상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다.

아마도 잘 적응한 것이리라.


그렇게 27년을 살아온 나에게,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잠들며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하루를 지내는 것은 힘든 도전이기도 하고,

해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기도 하다.


어떤 것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겠지

단지 익숙함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 규칙적인 일상에 적응한다면, 아니 2년 정도 그렇게 살았으니 이젠 적응하지 않았을까?


27년 VS 2년은 너무 비교불가인가?


사실 규칙적인 이 일상도 쉽지는 않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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