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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Feb 05. 2017

연애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책 읽다 말고 딴생각 하기

사랑의 장밋빛 가능성들은 그 환상으로 망가진다는 걸.

<김경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를 읽다가>




“근데 그거 아세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사랑하고 연애는 다른 거예요. 사람들은 사랑이 연애랑 같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거 아니에요. 사랑하고 연애는 달라요. 너무 사랑하는데 연애할 수 없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어요. 아시잖아요? 어떤 남자는 여자를 너무 사랑하는데 술만 마시면 여자를 때려요. 그럼 그 둘은 연애할 수 없는 거예요.”


해가 져 어둑어둑해진 거리, 축 처진 어깨로 간신히 핸들을 움직여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올 겨울은 참 길고 지난하다 생각하며 팟캐스트를 듣는데 내가 읽은 적 있는 ‘연애의 이면’을 쓴 이영훈 소설가가 나와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길 하고 있었다. 뒷좌석 카시트에 묶여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아이를 신경 쓰느라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귀가 쫑긋 세워졌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곧게 새우고 볼륨을 높였다.


사랑과 연애가 같다고 하는데, 그거 아니에요


동감이다. 사랑과 연애는 다르다. 같을 수 없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케이스는 사랑해서 연애하는 경우겠지만 우리 주변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흔하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만 손꼽아도… 몇 된다. 사랑해서 연애하면 가장 좋다고 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아도 좋을 사람은 있다. 연애를 하면 싸우기도 하고 따질 것도 생기고 신경 쓸 것도 많아진다. 남녀의 연애, 그것도 꽤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사랑만 하면 이런 거 없어도 된다. 사랑은 좋은 거니까. 좋은 면만 보고 지낼 수 있다. 어떤 사랑은 좋아해서 연애하고 싶은 욕심을 부리면 하나 둘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 한 예로 흔히 말하는 불륜이 그렇다. 결혼한 남자 혹은 여자가 자신의 배우자가 아닌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처음엔 심적으로 좋아만 하다가 점점 욕심이 난다. 같이 커피도 한잔 마시고 싶고 편하게 밥도 먹고 싶고 울적한 날 술도 한잔 하면서 사는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다. 그러다가 소주잔을 거머쥔 손이 유독 고와 보여 손도 잡아 잡아보고 싶어 진다. 그렇게 그 사람이랑 연애하고 싶어 지는 거다. 그 사람의 배우자가 가진 사랑을 나눠 갖고 싶은 거다. 아니 때론 독차지하고 싶다. 두 사람은 비밀을 간직하게 되고 불안하지만 스릴도 즐긴다. 이런 사랑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illust by 윤지민


박현욱 원작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영화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쳤던 때가 있었다. 그 발상이 도발적이고 위험한데 한번 해볼 만한 생각이라고 여겼다. A라는 남자를 사랑해서 결혼했다. 함께 있고 싶어서 같이 잠들고 싶어서, 데이트 후 헤어지는 게 무엇보다 힘들어서 결혼했다. 그런데 B라는 남자가 맘 한구석을 치고 들어온다.  A가 싫어진 건 절대 아니다. 그녀는 A와 B를 동시에 사랑하고 싶다. 그럴 수 있다고 자부한다. 왜 안 되는 거지? 근데 그거 안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면 위험한 거다. A와 결혼했는데 B라는 사람도 좋다면 B는 티 내지 말고 ‘사랑’ 해야 한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가능한 사람도 존재한다. 영화 속 손예진처럼. 대부분은 그럴 수 있다. 두 사람을 동시에 좋아할 수 있다. 내 마음인데 왜 내 마음대로 못하겠는가? 내 마음에 방을 여러 개 만들어서 나눠 사랑하면 그뿐이다.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똑같은 사람은 없다. 각자 개성이 있고 사랑하는 이유도 제각각 다르다. 어느 누가 싫어서 다른 사람이 좋아진 경우가 아니라면 두 사람을 함께 사랑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 만들기 싫으면 조용히 좋아하면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그 사랑 매우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정도가 지나쳐 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어느 선에서 끊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랑에 빠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절제해야 한다, 때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일본의 유명한 역학자가 그랬단다. 사주가 아무리 좋은 사람도 절제 잘 하는 사람 못 당한다고.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는 현실


사랑하고 연애는 다르다. 사랑해서 연애하지만 사랑해서 연애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C라는 여자는 A라는 남자 앞에선 결핍을 드러내지만 B라는 남자 앞에선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A 앞에선 망가질 수 있고 가진 애교를 다 부릴 수 있지만 B 앞에선 최대한 부족함 없는 여자처럼 보이고 더 나은 사람이고 싶다. C는 A와 B 둘 다 사랑한다. A는 부족함이 보여서 B는 너무 충만해서. C는 A를 위로해주고 B에겐 위로받길 원한다. 세상엔 수많은 사랑이 존재한다. 오늘 점심시간 동료와 나눈 주변 남녀 이야기만 해도 참 다양한 연애가 존재했다.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 허기사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요즘이니까.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니 더 사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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