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쓰고 싶은 쇼핑몰 카피라이터의 고군분투기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에 보면 무엇에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가 어디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법이다, 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러면서 ‘감응’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감응이란 건 어떤 느낌을 받아 마음이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다. 즉 우리는 연애 문제로 속앓이 하는 친구에게 감응하고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에게 감응하고,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의 거친 손에 감응한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 또한 매 순간 감응하는 것 같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은 물론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며 감응하는 것이다.
이번에 내가 감응한 소설 속 문장은 ‘별’에 관한 글이다. 요즘 참 별 볼 일 없다. 낮에도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뿌연데 밤에 뭘 더 바랄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사는 도시에서 별 한번 볼까? 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당연히 있을 리 없단 생각에 그저 땅만 보고 다닌 것이다.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어린 시절 좋아하던 헤비메탈 밴드의 공연에서 만나 성인이 된 뒤에도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된 세 사람은 야근이다 출장이다 바쁘게 지내지만 술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만은 공연 보던 그 시절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 있는 친구들이다. 거나하게 한잔 하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길을 걷던 이들은 갑자기 짜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본다.
기분 좋게 취해서 사람이 좋아서 이 밤이 좋아서, 그들은 하늘을 올려다봤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상의라도 한 것처럼’이다. 세 사람은 마음이 통했다. 자, 그냥 봐선 좀처럼 보이지 않는 별을 보기 위해 우리는 천체망원경을 사용한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써본 적 없지만 이 천체망원경을 판다면 이런 문구도 괜찮을 것 같다.
‘별’이란 단어는 괜히 동심과 섞어 보고 싶고, 친구를 떠올리게 되는 단어다. 아마도 별이라는 게 현재 보단 과거에 더 빛났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드니 말이다. 하지만 보려고 하면 볼 수 있는 게 별이다. 마음먹어서 안 되는 게 어디 있나?
별을 본다는 것을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나 가족을 본다는 느낌으로 카피를 써봤다. 별 보는 그 분위기를 떠올려 보자. 차분하고 조용하고 침착한 그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다면 그 톤을 유지하면서 글을 써주는 것이 좋다. 일단 타이틀이나 카피를 작성하기 전에 그 글감이 존재하는 분위기를 떠올려야 한다. 그게 이미지에도 나타나게 될 테니까.
오늘부터라도 까만 밤 하늘에 떠 있는 단 하나의 별에도 감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렇게 받은 감응으로 당신은 무엇이든 쓸 수 있다.
*글에서 언급된 상품은 에디터 개인의 선택으로
해당 브랜드나 담당 엠디의 추천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