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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y 17. 2017

영향을 받는 사람이
영향을 끼친다

다르게 쓰고 싶은 쇼핑몰 카피라이터의 고군분투기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에 보면 무엇에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가 어디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법이다, 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러면서 ‘감응’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감응이란 건 어떤 느낌을 받아 마음이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다. 즉 우리는 연애 문제로 속앓이 하는 친구에게 감응하고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에게 감응하고,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의 거친 손에 감응한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 또한 매 순간 감응하는 것 같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은 물론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며 감응하는 것이다.


이번에 내가 감응한 소설 속 문장은 ‘별’에 관한 글이다. 요즘 참 별 볼 일 없다. 낮에도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뿌연데 밤에 뭘 더 바랄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사는 도시에서 별 한번 볼까? 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당연히 있을 리 없단 생각에 그저 땅만 보고 다닌 것이다.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어린 시절 좋아하던 헤비메탈 밴드의 공연에서 만나 성인이 된 뒤에도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된 세 사람은 야근이다 출장이다 바쁘게 지내지만 술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만은 공연 보던 그 시절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 있는 친구들이다. 거나하게 한잔 하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길을 걷던 이들은 갑자기 짜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본다.


소설 속 문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건 사랑스러운 멜로디였다. 어떤 의도로 그 구절을 택한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분이 좋아졌고, 나머지 두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 “그럼 가자” 하고 걸음을 옮겼다. 상의라도 한 것처럼 우리는 별이 보이나, 하고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사카 고타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중에서>


기분 좋게 취해서 사람이 좋아서 이 밤이 좋아서, 그들은 하늘을 올려다봤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상의라도 한 것처럼’이다. 세 사람은 마음이 통했다. 자, 그냥 봐선 좀처럼 보이지 않는 별을 보기 위해 우리는 천체망원경을 사용한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써본 적 없지만 이 천체망원경을 판다면 이런 문구도 괜찮을 것 같다.

카피:
마치 상의라도 한 듯
별이 보이나, 하고 동시에 하늘을 봤던 그때처럼
오늘의 나는 오롯이 별을 찾는다.


같은 하늘 아래서,
너도 어디선가 별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 생각하면
멀리 떨어져 있단 생각은 접어두게 된다.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
지금부터 별을 보자.

‘별’이란 단어는 괜히 동심과 섞어 보고 싶고, 친구를 떠올리게 되는 단어다. 아마도 별이라는 게 현재 보단 과거에 더 빛났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드니 말이다. 하지만 보려고 하면 볼 수 있는 게 별이다. 마음먹어서 안 되는 게 어디 있나?


별을 본다는 것을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나 가족을 본다는 느낌으로 카피를 써봤다. 별 보는 그 분위기를 떠올려 보자. 차분하고 조용하고 침착한 그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다면 그 톤을 유지하면서 글을 써주는 것이 좋다. 일단 타이틀이나 카피를 작성하기 전에 그 글감이 존재하는 분위기를 떠올려야 한다. 그게 이미지에도 나타나게 될 테니까.

오늘부터라도 까만 밤 하늘에 떠 있는 단 하나의 별에도 감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렇게 받은 감응으로 당신은 무엇이든 쓸 수 있다.



*글에서 언급된 상품은 에디터 개인의 선택으로

해당 브랜드나 담당 엠디의 추천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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