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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Jun 15. 2017

목적이 단순할수록
다르게 생각하자

다르게 쓰고 싶은 쇼핑몰 카피라이터의 고군 분투기

그야말로 선글라스의 계절이다. 외출할 때 가방 속에 꼭 넣어야 하는 것이 휴대폰 다음으로 선글라스가 되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가끔 미세먼지 심한 날이 있어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기 까지 한다. 멋 내기 위함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라도 선글라스는 마스크만큼이나 필수가 되었다. 29CM를 비롯한 여러 패션 쇼핑몰에서 선글라스와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대부분이 선글라스를 앞서 말한 것처럼 태양을 가리기 위한, 자외선 차단을 위한 용도로 스토리를 푼다. 뿐만 아니라 패션의 완성은 선글라스라고 이걸 써야 완벽하다는 걸 강조하기도 한다. 이게 일반적이다.


프랑스 작가 필립지앙이 쓴 장편소설 ‘파문’의 주인공은 선글라스를 조금 다르게 표현했다. 다르다 곤했지만 이게 사람들이 주로 선글라스를 많이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주인공이 선글라스를 씀으로써 ‘마음’이 아주 편해졌다고 쓰고 있다. 즉 빛을 약하게 하니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소설 속 문장:
그의 머릿속에는 차에 타자마자 선글라스부터 꺼내 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나자 이내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빛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빛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큰 안도감을 주다니.
<필립지앙 ‘파문’ 중에서>

선글라스의 용도는 빛을 차단하고 얼굴을 가린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질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만으로 선글라스를 쓰진 않을 것이다. 그 수많은 이유 중에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쓰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그런 일부 타깃 층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즉 세상으로부터 차단된 느낌,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신경 꺼달라는 마음을 어필하고 싶어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기도 하니까.



카피:
그거 아세요?

빛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
빛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엔 안도감이 찾아옵니다.


당신에게 그런 안도감이 필요하다면,
선글라스를 껴야 할 타이밍 인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최종적으로 선글라스를 구입하려고 고를 땐 디자인을 가장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선글라스를 사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갖고 싶게 만드는 충동이 들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하나의 기획전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완성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정도 내용은 서브 타이틀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글라스나 모자처럼 목적이 확실한 아이템(더는 다른 이유가 없을 것 같은) 일수록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려는 습관이 쇼핑몰 카피라이터 혹은 엠디에겐 필요하다. 선글라스는 강력한 햇빛을 막고 화장 안 한 민낯만 가리려는 목적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늘 염두 해 두고 있어야 한다. 그런 다른 이유는 내가 생활에서 겪으면서 나올 경우가 가장 많고 그런 예를 들 때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수월하다. 내 생활이 뻔하고 단조로운 것 같다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소설에는 너무 뻔하고 그럴듯하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텍스트로 그럴싸하게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글에서 언급된 상품은 에디터 개인의 선택으로

해당 브랜드나 담당 엠디의 추천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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