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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Jun 29. 2017

어디까지나
엄마의 생각뿐일지도 모릅니다

다르게 쓰고 싶은 쇼핑몰 카피라이터의 고군 분투기

어젯밤, 아이를 재워놓고 부쩍 목욕하는 시간을 좋아하게 된 3살짜리 아이를 위해 욕조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배 모양 장난감을 사려고 열심히 쿠팡을 뒤지고 있었다. 빠르게 받고 싶은 마음에 로켓배송으로 검색하니 배 장난감이 그리 많이 검색되지 않을뿐더러 뽀로로뿐이었다. 아 제발, 뽀로로 들어간 건 정말 사고 싶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스크롤을 내리는데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북유럽풍(그노무 북유럽) 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가지고 놀다가 다른 장난감처럼 잊힐게 뻔한데 이 가격을 주고 사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래, 뽀로로니까 애도 좋아하겠지,라고 합리화하며 저렴한 뽀로로 배를 주문했다. 내 아이는 그나마 사촌 형의 장난감을 많이 물려받아서 내가 직접 사준 뽀로로 장난감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적지 않았다. 다행인 건 아이가 뽀로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밥 먹일 때나 가끔 릴랙스가 필요할 때 보여주는 영상물도 뽀로로는 잘 보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도 자기 취향이 아닌 모양이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아이 키우는 집에는 캐릭터 물건으로 가득한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거실이나 아이 방에 까는 매트부터 커튼, 이불, 슬리퍼, 방석, 잠옷, 칫솔, 식기, 수저세트 등등 아이와 관계된 모든 것에는 캐릭터(대부분이 뽀로로!)가 인쇄돼 있었다. 딸아이를 둔 집은 하나같이 공주다. 나도 저럴까? 저건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되는 걸까. 반신반의하며 아이를 키워보니 나도 어느 순간 그렇게 되고 있었다. 물론 아이들 용품도 무지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엄마 마음에 조금이라도 아이가 더 즐거워하는 양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크롱(뽀로로에 나오는 캐릭터)이 달려 있는 칫솔을 사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조금이라도 엄마가 아이에게서 해방되고 싶은, 편해지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날도 더워지고 했으니 일본 미스터리 소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읽다가 예상치 못한 문장을 발견했다. 바로 아이와 캐릭터 물건에 관한 부분인데, 엄마는 아이가 좋아할 거란 생각으로 매번 같은 캐릭터가 들어간 여러 물건을 사 오지만 그건 엄마의 생각일 뿐일지 모른다는 거다.



소설 속 문장:
“미카는 토레미짱을 아주 좋아하니까”라며 엄마는 이 캐릭터가 그려진 물건들을 사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 혼자만의 생각이다.
<미치오 슈스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중에서>


순간 그럴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모든 아이들이 하나같이 캐릭터가 들어간 물품을 좋아하진 않을 거라는 거다. 앞서 말했듯 이건 어디까지나 엄마가 내 아이는 이걸 좋아할 거야, 지난번에 보니까 오래 갖고 놀던데, 라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이어진 구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엄마들이여, 우린 캐릭터의 굴레에서 조금 벗어나도 괜찮다! 그러니까 그럴지도 모르는(캐릭터 들어간 물건 '안' 좋아할지도 모르는) 아이의 속마음을 반영하여 유아 식기를 판매하는 기획전 카피를 써봐도 좋겠다. 사실 캐릭터가 귀엽긴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캐릭터의 홍수에서 우리가 받는 시각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는 우리의 눈을 정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제품을 너무 어른 취향으로 몰아서 기획전을 마련한다면 방향에 조금 어긋날 것이다. 어디까지나 아이들이 쓰는 식기를 판매하는 목적이니까. 그렇다면 캐릭터 없이 조금 자유분방한 디자인의 제품을 골라보는 거다. 요즘은 자유로운 드로잉이나 색감이 차분하지만 감각적인 그릇도 많다.


아이도 아이지만 사실 그 캐릭터 물건을 아이보다 많이 보는 건 어른들이다. 그런 엄마들의 심리를 건드려주자. 캐릭터 물건 사지 않아도 돼요. 아이가 진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라고 합리화 주문을 걸어주는 거다. 그렇다면 엄마는 조금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이들 물건을 자신의 취향대로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카피:
아이도 좋아할, 조금 더 엄마 취향 (메인 타이틀) 


우리 아이는 뽀로로를 아주 좋아하니까, 라며 뽀로로 접시를 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어요. (서브 타이틀)


물론 뽀로로 물컵이 아니면 우유를 마시지 않겠다, 라고 강력한 자기주장을 내세운다면 답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데 굳이 (나처럼) 아이가 좋아할 거란 예상으로 오색찬란한 캐릭터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실제로 요즘 아이들은 캐릭터가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으니 엄마들은 당장의 편함을 조금 버리고 감각적인 자신만의 취향을 살려 아이 물건을 구입해 보는 건 어떨는지. 당신의 그 세련된 감각과 색감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아이는 그만큼 감각적으로 자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글에서 언급된 상품은 에디터 개인의 선택으로

해당 브랜드나 담당 엠디의 추천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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