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리뷰: 책 소개하는 책은 나에게 애증으로 읽힌다
나는 요조라는 사람에 대해 얼마간 반감이 있었다. 모르겠다. 왜 그랬는지는. 그냥 음악 하는 사람이 글도 쓰는데 그게 뭐 얼마나 대수롭겠어?라고 교만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재작년에 구입한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란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에 되팔려고 했다. (거기엔 다수의 저자가 나오는데 책 표지에 ‘요조 외’라고 적혀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는데 요조의 글이 (일부) 있어서 그것조차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안 읽고 있다가 중고서점에 팔려고 했었는데 밑줄이 다섯 군데 이상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해 내 책장에 다시 꽂혔다.
지금 나는 요조가 얼마 전에 쓴 책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리뷰할 참이다. 지난주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동료와 홍대 땡스북스에 들러 이 책과 ‘알제리의 유령들’을 구입했다. 삼일절을 포함한 연휴에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들고 가족여행을 나섰다. 물론 요조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달라진 지 오래다. 난 그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책, 이게 뭐라고)도 빼놓지 않고 듣고 있으며 트위터, 인스타그램도 팔로우 중이니까. 왜 이렇게 마음이 달라졌냐 하면 당연히 그녀의 글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그녀의 가볍고 불친절하고 때론 다정한 글이 좋아졌다. 때로는 나도 그처럼 쓰고 싶단 생각을 할 정도다. 목적지까지 가면서 차 안에서 읽고 도착해서 숙소 침대에 누워 짬짬이 읽었다.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은 내가 읽은 ‘책 리뷰 도서’ 중 가장 베스트에 꼽힐 것이다. 그녀가 읽은 책을 리뷰하는 글이지만 에세이에 가깝고 때로는 책 내용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읽고 싶어 진다. 나는 이렇게 솔직한 책 리뷰를 본 적이 없다. 어느 정도로 솔직하냐면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2’에 대한 리뷰엔 ‘으 재미없어’라고 한 줄 적혀 있다. 풉, 하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빌 브라이슨 여행 책을 안 재밌어하기 때문이다. 그 책이 왜 유명한지 모르겠는 1인. 어쨌거나 솔직한 맛에 읽는 재미가 솔솔 했다. 표지나 내지의 디자인이 별로면 맘에 안 든다고 하고 자신이 읽은 책이지만 저자의 생각과 다르면 집중이 안 됐다거나 더 읽기가 거북했다는 등의 얘기를 서슴없이 한다. 소설, 에세이, 시는 물론 그림책이나 보그 같은 패션지 혹은 계간지나 월간지 같은 다채로운 책을 상대로 한다.
배경이 전부 다른 책 사진은 무척 성의 없게 느껴지는데 그게 또 그렇게 좋다. 따지고 보면 그럴싸하게 스튜디오에서 때깔 좋게 찍은 책 사진이 더 성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 실린 책들은 전부 다른 장소에서 찍은 거니까. 어떤 리뷰는 2장을 넘어가고 어떤 리뷰는 아까 말한 빌 브라이슨 책처럼 한 줄 리뷰도 있다. 가끔씩 나오는 짧은 리뷰는 괜히 반갑다. 조목조목 천천히 하고 싶은 말을 채워 넣은 듯한 리뷰는 하루키 에세이 같다고 느낄 정도로 맛깔 난다. 나는 이 책을 아껴 읽었다. (아, 방금 생각났는데 위에서 말한 ‘연애 소설이 필요한 시간’은 요조의 글부터 다시 읽었고 이 책을 못 판 것에 대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 출근하자마자 이 책에서 도그이어 해 놓은 책들을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았다. 최대한 줄이고 줄였다. 그러느냐고 애썼다. 올해는 최대한 책을 안 사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급적 이런 책을 안 읽으려고 하는데 또 읽고 말았다. 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지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잘 샀고 잘 읽었다.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읽다가 생전 안 듣는 요조 노래를 다 찾아들었다. 가사를 듣고 싶어서다. 이렇게 괜찮은 사람인 걸. 읽을수록 나달나달 해지는 종이도 맘에 든다. 산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낡아졌다. 이런 낡음이 좋다. 오늘 아침에 들은 팟캐스트에서 요조는 자신은 글을 너무 쉽게 써서 싫다고, 좀 있어 보이게 어려운 문장으로 쓰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고 했다.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게 작가 요조의 매력 터지는 장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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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책을 추천 받고 싶을 때 읽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