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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r 06. 2018

주기적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1일1리뷰: 뻔한 이야기 같아도 결국 이런 것들로 힘을 얻지

어슬렁거리듯 온라인 서점 사이트를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왕새우 토마토 볶음밥으로 배불리 점심을 먹고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2시쯤 가까스로 예스24에 접속한다. 오늘 아침 주문한 책들의 배송 상태를 괜히 한번 체크해 보고 내가 좋아하는 신간 소설이나 에세이 코너를 힐끔거린다. 쓰기가 직업인 내가 서점 둘러보기를 좋아하는 것과 더불어 빼놓지 않고 주기적으로 하는 게 바로 글쓰기 관련 책을 읽는 것이다. 


결론은 다 같고 그 말이 그 말인 듯 비슷해도 글쓰기 관련 책을 보면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작가들의 멘토라 불린다는 바버라 애버크롬비가 쓴 ‘작가의 시작’은 홍대 땡스북스에서 샀다. 내겐 아주 드문 일이지만 책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사 들고 나왔던 책이다. 


한 번에 다 읽을 필요 없다. 페이지마다 다른 제목과 내용이므로 읽고 싶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고 싶은 만큼만 읽으면 그만이다. 사무실 책상 왼쪽에 늘 비치되어 있는 이 책은 한마디로 글쓰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싶거나 내 마음을 좀 다잡고 싶을 때 읽고 있다. 페이지는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과 반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짤막한 내용과 그와 관련해 다른 책 혹은 다른 작가의 글이나 말이 (파란색으로) 표기돼 있다. 

 

특히 이 책은 소제목이 우선 마음에 든다. 자극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면서도 핵심을 전달한다. 360 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장 마다 내용이 다르다 보니 6페이지에 걸쳐 빼곡히 들어찬 제목만 읽어도 배부른 기분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가들, 헤밍웨이, 체호프,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줄리언 반스, 앨리스 먼로, 필립 로스 등의 일화나 그들의 글쓰기 노하우 등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글쓰기와 관련한 많은 책을 접하면 접할수록 그 모든 지침들은 꼭 글쓰기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었다. 채소를 키우는 것에서도 글쓰기에 임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고 고양이나 강아지의 생활 방식으로도 작가의 글쓰기 방식에 빗댈 수 있으니 말이다. (모두 이 책에 포함돼 있다) 


“아마도 모든 광경은 충분히 오랫동안 바라보면 평범해져 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 바로 작가의 일이다. 자신의 창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마치 먼 휴양지에서 일어난 일처럼, 완전히 새로운 풍경처럼 바라보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는 얘기다.” (창밖의 풍경 중에서)


“책 한 권을 쓰는 것은 아주 긴 결혼 생활과도 같다. 결혼 생활의 경우, 섹스와 농담을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낼 때도 있지만 쓰레기를 내다놓는 일로 싸울 때도 있고 청구서가 쌓여갈 때도 있으며 식사 준비를 서로 미룰 때도 있다. 결혼 생활 역시 잘 안 풀릴 때가 많다. 

시나 짧은 에세이를 쓰는 것은 결혼 생활보다는 데이트에 가깝다. 데이트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지 않는다. 잘 안 풀리면 다른 상대를 고르면 된다. 책을 쓰는 일이 결혼 생활과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더 쉽고 간단하게 잠시 거기에서 벗어나 시 한 편이나 에세이 한 편과 바람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바람 피우기 중에서)



#작가의시작 #바버라애버크롬비 #책읽는수요일

#무엇보다 글 쓰는, 쓰려는 사람이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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