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미 Mar 02. 2018

내가 이 책이라면 억울할 것 같다

1일1리뷰: 인테리어 책으로 봤다가 코끝 찡해진다 

책 읽기의 묘미 중 하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책에서 발견하는 주옥같은 문장일 것이다. ‘홀가분한 삶’도 그런 책 중 하나인데, 일 때문에 글 쓰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사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힐링힐링. 누구한테 탁 터놓고 묻지 못했던 고민을 상담받은 기분이랄까?


이런 책은 좀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겉모습은 완전 무슨 실용서처럼 생겨서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볼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 소품이나 인테리어 사진이 많다) 실은 내용이 사진을 앞지른다. 부제는 일, 생활, 집, 물건까지 40대 이후의 인생 정리법! 한창 나다운 삶에 대한 책이 쏟아지는 때 같은 물살을 타고 흘러들 듯 내 손에 들어왔을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노후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 책은 그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그렇게 걱정할 게 아니라는 걸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4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별로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하루 시간표를 공개하고 어떻게 해야 건강한 미래를 엿볼 수 있는지 실천 편으로 알려준다. 


50대 야마나카 도미코 여사는 젊을 때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고가구의 매력에 빠졌는데 박람회를 찾아다녔지만 너무 비싸서 그림의 떡이었던 과거를 이야기한다. 그런 그녀가 충동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던 방법으로 한 개에 500엔 하는 종지 그릇을 모은 거였다. 나도 쇼핑센터 같은 데 가서 옷이나 가방을 사고 싶은데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을 땐 양말이라도 사서 나오는데 일종의 대리만족이겠지. 그녀는 그렇게 하나 둘 모은 소품을 모아 집에서 가게를 열었다. 

“하는 일에 특별한 뜻이 없어도, 인류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여행지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자신을 책망하거나 비난할 필요가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과 비교하면서 ‘조금 더, 조금 더!’하고 몰아 붙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가계에 부담을 주는 건 충동적으로 구매한 옷이나 생활필수품이 아닌 사치품 지출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는 쇼핑을 그만둘 수도 없었던 야마자키 씨는 ‘사치 수첩’을 만들어 불필요한 지출 비용을 파악하기로 했다.”


“전 말이죠, 멋진 물건은 계속 살 거예요. 하지만 물건을 마구잡이로 늘리고 싶지는 않아요. 오히려 줄이고 싶죠. 그래서 꼭 갖고 싶은 한 가지를 사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버릴 작정이에요.”


얼마 전부터 회사 일 외에 해오던 작업이 있었는데, 이걸 계속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됐다. 어쨌거나 내 일이기 때문에 내가 결정을 내리면 그만이었다. 솔직히 너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돈이 아쉬웠다. 결정이 쉽지 않아 마음이 불편할 때 우연히 집어 든 이 책에서 또 벼락처럼 답을 얻었다. 


“하지만 전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꼭 도움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의미를 찾고 싶다는 마음은 살아가는 의미를 알고 싶다는 말과 똑같거든요. 하지만 인생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후 깨닫게 됐어요. 살아서, 먹고, 함께 있고, 웃고, 울면서 결국은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일을 하면서 누구한테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는 거죠.”


그냥 하지 뭐. 너무 많은 걸 생각했구나 싶었다. 



#홀가분한삶 #이시카와리에 #심플라이프

#정돈된 삶을 사는 선배에게 조언을 좀 듣고 싶을 때 읽으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못된 책을 받은 것 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