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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r 13. 2018

동화 쓰는 법에서 이런 게 왜 나와?

1일1리뷰: 그 어떤 작법서도 이렇게 속 시원하게 안 알려줬다

나는 유유 출판사의 책을 좋아한다. 내용도 좋지만 판형과 종이 재질 디자인이 맘에 든다. 쓸데없이 크지 않고 부담스러운 양장도 아니며 날개도 없다. 읽다만 페이지를 책날개로 표시해 놓는데 가끔 날개가 없어 불편하긴 하지만 그냥 접어두거나 포스트잇을 붙여 표시해두면 되니까. 여백이 많지 않아서 글자에 집중할 수 있고 양장이 아닌 건 가볍기 때문에 늘 책을 가지고 다니는 나로서는 딱 내 취향이라 할 수 있다. 유유 출판사의 판형이 좋아서 얼마 뒤에 나올 내 새 책도 그 판형과 스타일을 참고해줬으면 좋겠다고 담당 편집자에게 말했을 정도다. 


최근 출판된 ‘동화 쓰는 법’은 아무 생각 없이 트위터를 보다가 누군가가 남긴 글을 보고 구입했다. 꼭 동화를 쓰려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매우 도움이 되었다는 정도의 내용이었다. 핸디북 사이즈의 얇고 가벼운 책을 받고 업무 틈틈이 펼쳐 읽어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화장실 갈 때도 들고 갔다. 동화 쓰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지만 글을 쓰려는 모든 이가 읽으면 매우 흡족할만한 내용이 많다. 특히 한 사람의 어린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즉 내포독자의 중요성에 대한 것으로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인지를 명확하게 정하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내포독자가 분명해지면 이야기는 방황하지 않고 가야 할 길로 쭉쭉 나갈 수 있단다. 


“내포독자가 명확할수록 이야기는 구체화된다. 생명력을 얻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된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니, 단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부분, 무척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 팔 것인지 타깃을 분명하게 정하고 작업에 들어가는 것과 무턱대고 시작하는 것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큐레이션이 중요한 것이다. 

이현 작가는 ‘빙하기라도 괜찮아’라는 책을 쓸 때 이제 막 2학년이 된 조카딸 현서가 내포독자였다고 한다. 그는현서가 사실은 좀 어려운데도 아닌 척하면서 읽어 낼 정도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단다. 이렇게 디테일한데 책이 선명하게 재미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포독자가 주변에 없을 경우에는 ‘어린 시절의 나’를 내포독자로 삼아도 좋다고 한다. 


“전학 간 학교에서 애써 씩씩하게 굴던 나, 얼결에 엄마 지갑에 손대고 혼자 벌벌 떨던 나, 글짓기 대회에서 1등 한 친구를 미워하는 나를 미워하던 나…”


이런 점은 세일즈 카피를 쓰는 나의 일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나도 뭔가를 팔아야 하는 카피를 쓸 때 가장 먼저 ‘나’를 떠올린다. 즉 내가 청소할 때 어떤 점이 힘들었지, 옷을 입을 때 이런 옷이 필요했지, 신발을 살 때 이런 기능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등등 나를 체크해 보면 나와 비슷한 나이대 여성의 워킹맘이랄지 직장인이 공감하며 카피를 읽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남편과 결심했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나는 글을 쓰고 남편은 그림을 그려서 우리 아이만을 위한 세상에 하나뿐인 동화책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아직 아이가 네 살 밖에 안 되었으니 무산된 프로젝트는 아니리라. 하지만 막막했다. 동화 쓰기란 좀 다른 것 같아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동화 쓰기뿐만 아니라 나의 글쓰기 혹은 업무 글쓰기에 까지 자신감이 붙었고 방법까지 체득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 


*부작용: 책을 읽는 동안 여기 등장하는 동화책을 계속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동화쓰는법 #이현 #유유출판사 

#구체적이고 현실적 도움이 될만한 작법서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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