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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r 16. 2018

짧은 소설의 맛

1일1리뷰: 3분 안에 읽는 소설들

설명서를 잘 못 읽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짧은 소설 한 편만 읽어도 제품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음 하는 바람으로 시작된 연재가 ‘매뉴얼 노블’이다. 매뉴얼이 필요한 제품이다 보니 대부분 가전 같은 테크 쪽이 많았는데 내가 워낙 이런 제품에 문외한이라 쉽지 않은 연재였다. 지금은 종료했지만 3, 4개월 정도 일주일에 한 번씩 썼다. 


후후후의 숲은 단편 소설집이 아닌 ‘짧은 소설’ 집으로 매뉴얼 노블을 쓸 때 참고하기 위해 샀던 책이다. 편당 2, 3 페이지면 하나의 소설이 끝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보다 제목을 보고 끌리는 것부터 읽었다. 그중 ‘느린 편지’라는 소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조카가 이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인데 작가의 의도가 어땠든 세월호를 떠 올리게 됐다. 남자 조카가 이모에게 편지를 쓴다는 컨셉도 색달랐지만 그 이유가 농사를 짓고 싶은 자신을 엄마에게 설득시켜 달라는 내용이다. 고등학생인 진석은 할아버지가 아침저녁으로 돌보던 옥상 텃밭의 흙들을 만지다가 할아버지 같은 농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농부가 되고 싶어 하는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은 이모밖에 없기 때문에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편지를 남긴다. 그리고 그 날짜가 2014년 4월 14일이다. 


엊그제 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어라? 그러고 보니 이것도 숲) 주인공 혜원은 이렇게 (속으로) 말한다. 


“고모는 고모다. 이모가 아니다.” 


나도 고모보단 이모랑 친하지만 성인이 되고 보니 모두 잘 모르겠다. 각자 사는 거지. 

짧은 소설 읽는 걸 좋아한다. 장편처럼 앞 단의 이야기를 곱씹지 않아도 되고 결말이 그리 궁금하지도 않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끌리는 걸 읽으면 그만이다. 다 읽지 않아도 찝찝하지 않은 건 언제든 다시 시작해도 괜찮은 이야기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표지를 비롯해 중간에 삽화가 들어가는데 개인적으로 그림체가 책과 안 어울린다. 전혀. 



#후후후의숲 #조경란 #스윙밴드 

#소설은 읽고 싶지만 단편 소설조차 부담스러울 때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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