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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r 19. 2018

'사랑'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도 연애소설

1일1리뷰: 그 자체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 

회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때문에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알게 되었고 원작 소설(그해, 여름 손님)이 있단 소리에 얼른 읽고 싶어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약 일주일 동안 틈틈이 읽었다. 전자책이라 주로 아이를 재울 때 불 다 꺼놓고 읽기 좋았다. 동성애를 다룬 내용이다. 열일곱 살과 스물네 살 남자의 첫사랑처럼 강렬한 러브스토리다. 성적인 표현이 꽤 솔직하고 리얼해서 읽는 동안 괜히 숨죽이게 될 정도였다. 그런 성적인 묘사와 더불어 두 사람의 감정선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애잔하고 뭉클하다. 굳이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라고 해 두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로 사랑은 그저 사랑이다. 남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라고 해서 전혀 다를 게 없단 소리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소유하고 싶고 함께 있고 싶고 자고 싶은 건 같다는 것이다. 


전자책으로 5백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었지만 빠른 호흡으로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처럼 감정을 디테일하게 끌어 쓴 책보단 사건 위주로 돌아가는 걸 잘 읽는 편이지만 ‘그해, 여름 손님’은 상관없었다. 그 안에 올리버와 엘리오가 있으니까.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순간의 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늘리고 확대해서 촘촘하게 생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애 소설엔 절대 사랑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추리 소설엔 절대 살인이란 말을 쓰지 않는 것처럼 그런 단어를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당신을 유혹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 보기 전에 책을 다 읽으려고 애쓰길 잘한 것 같다. 분명히 영화는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을 테니까. 책 끝 마지막 문단을 여러 번 읽었다. 몇 번이고 더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잠시 멈추었다. 당신이 전부 다 기억한다면, 정말로 나와 같다면 내일 떠나기 전에, 택시 문을 닫기 전에, 이미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이 삶에 더 이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장난으로도 좋고 나중에 불현듯 생각나서라도 좋아요,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을 테니까, 나를 돌아보고 얼굴을 보고 나를 당신의 이름으로 불러줘요.”




#그해여름손님 #안드레애치먼 #도서출판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기 전에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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