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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y 11. 2018

말도 안 돼,라고 하는 날들

책 읽다 말고 딴생각하기 

나의 두 번째 책이 나오고 2주가 흘렀다.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마저도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위 탁상 달력을 들고 날짜를 헤아려 본 뒤 알았다. 첫 책 때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생겼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크고 작은 출판 관련 일들과 얼마 뒤에는 팟캐스트도 녹음할 예정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회사 업무를 하면서 중간중간 담당 편집자가 마치 나의 매니저처럼 새로 생기는 일들에 관해 체크하고 의견을 묻는다. 틈틈이 책 리뷰에 관한 이야기며 인터뷰 소식까지, 이런 비유가 좀 웃기지만 연예인이라도 된 것 같다. 그녀에게 카톡 메시지가 올 때마다 달력을 펼치고 빈 날짜를 체크하기 바쁘다. 스스로 나는 원래 이렇게 바쁠 사람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내 어리둥절하다. 


저자 강연회라는 걸 했다. 저자 강연회라고 해도 전에 강의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책을 놓고 이야기하는 건 좀 다른 문제였다. 출간 전 강의할 땐 ‘곧 제 책이 나오는데요’라고 이야기했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출간이 늦어져서 나는 약간 거짓말쟁이가 된 기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책이 나왔고 번듯하게 나온 책을 들춰 보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든든한 조수 한 명을 데리고 강연을 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내 책을 읽고 관심이 생겨 온 사람들이기에 강연에 대한 집중도도 남달랐다. 말하는 나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준비한 이야기 외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차분히 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말할 때는 떨리고 긴장되지만 조금씩 농담도 섞어 사람들로 하여금 풉풉 하는 웃음도 유발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 강연이 끝나고 줄을 길게 서는 정도는 아니지만 책을 들고 오신 분들께 사인도 해주는데 처음에는 여기에 무슨 말을 써줘야 할지 몰라, 건필 하세요,라고 건조하게 썼었고 얼마 뒤에는 ‘삶은 디테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내가 좋아하는 문구를 써주었다. 

북바이북(판교) 저자 강연회에서

하루의 마무리는 자연스럽게 책과 관련된 리뷰를 검색해 보거나 인스타그램에서 태그로 내 책을 찾아보는 일이다. 이것 또한 첫 책과 달리 초기부터 적극적인 후기가 많이 달려 적잖이 당황스럽다. 아직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의 후기 양은 아니라서 꼼꼼히 읽어보는데, 아껴 읽고 싶다는 이야기가 자주 눈에 띄었다. 아껴 읽고 싶다, 일부러 천천히 읽는다, 내 몸처럼 챙긴다, 나의 인생 책이다, 그리고 몇 년간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다 등등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그 느낌이 뭔지 매우 잘 안다. 어떤 책을 읽었을 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게 너무 아쉬워서 일부러 중간에 다른 책을 함께 읽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이 끝나는 게 아쉽고 싫었다. 아껴 읽고 싶다는 건 그런 느낌이기에 내 책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다. 

예스 24 홍대점 저자 강연회에서 (이 엑스 배너를 둘둘 말아 집에 가지고 왔다) 

글을 쓸 시간과 책을 읽는 시간이 줄었다는 단점도 있다. 한동안 브런치에서 꾸준히 해오던 1일1리뷰 또한 잠시 멈춤 상태고 에세이는 물론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들어 안타깝다. (그래도 책이 많이 팔리는 게 더 좋다) 오늘 출근길에는 며칠 동안 읽던 소설 ‘우리는 날마다’를 끝냈다. 작고 가벼운 책. 짧은 호흡으로 읽는 단편 소설이 빠듯하고 갈증 느껴지던 요 며칠 나의 일상에 쉴 틈이 돼 주었다. 책을 덮자마자 장편소설에 대한 갈증이 다시 일었다. 어떤 책이 됐든 긴 호흡의 책을 주말 동안 읽어야겠다. 

다음 주에는 책이 2쇄에 들어간다. 나는 이 소식을 담당 편집자에게 전해 듣고 으앗!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소심하게 내 앞에 펼쳐 놓은 다이어리에 ‘2쇄라니!’라고 썼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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