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나서 쓰는 글
작은 소품들쯤 고민 없이 사고 싶다.
금액은 1, 2만 원선.
마음 뒤숭숭한 아침,
전부터 살까 하던 코코넛 비누를 보고
이거 사면 기분 좀 나아지려나, 싶어 결제.
창가 쪽 선반이 허전했는데 어울릴만한
선인장을 발견했다면
고민 없이 결제.
연한 커피를 좋아해
좀 깊은 머그컵을 찾았는데
딱 맞는 걸 찾았기에 결제.
내 나이 서른여섯
이 정도 나이가 되면 그럴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난 여전히 적은 금액도 고민하고 후회하고
선뜻 지르지 못한다.
쓸데없는 거 사는 건 아닐까.
돈 버린 거 아닐까.
절약해야 되는데,
하나라도 덜 사야 하는데.
쓸데없는 것 좀 사면 어떤가,
기분이 좋아지는데.
사실 1, 2만 원 없다고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고민은 언제까지나 계속하겠지.
마흔이 된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