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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y 09. 2016

고양이가 없다면  

짬나서 쓰는 글


지금 기르는 고양이는 결혼하고 2달 만에 우리와 식구가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거의 5년을 함께한 샘인데
태어난지 일 년 된 내 아이보다 우리와 함께한 시간이 더 많은 것이다.


나는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요즘 이 고양이가 밉다.
그래 밉다라기 보다 귀찮다.
왜냐하면 단순히 얘 때문에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전보다 집을 깨끗하게 하기 마련인데
고양이 때문에 그 청소의 강도가 몇 배는 지나쳐 너무 피곤하다.
그냥 더러우면 더러운 대로 그냥 살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유난히 깔끔 떠는 성격도 아닌 내가 그걸 못 견디겠는 거다.


고양이가 반갑다며 내 바짓가랑이를 스치는 것도 어쩔 땐 화가 나서
저리 가! 하고 소릴 지른다.
그 얘가 그렇게 비비면 내 바지에 당연히 털이 묻고
나는 그걸 또 테이프로 떼어내야 하고
고양이 화장실 모래 때문에 서걱거리는 거실을 또 청소기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청소기를 돌리는 게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맘 놓고 거실을 걸어 다니지도 못한다.
계단에 손을 짚을 수도 없다.
온통 고양이 털과 모래 먼지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키우면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수차례 들었지만
그런 기사를 읽고도 간단히 마음이 놓일 리 없다.


이 고양이가 없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다.


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마나 더 편해질까.

우리 집은 얼마나 더 깨끗해질까.
몸은 참 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없어진 고양이 생각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 고양이가 어디서 무엇을 먹고 잠을 자는지
걱정이 돼 일도 잘 안 될게 뻔하다.


고양이는 집을 나가면 그냥 그대로 적응해 버린다고 하지만
우리 집 고양이는 나가면 꼭 죽을 것만 같다.

이사할 때 서랍 속에 숨어버린 고양이를 집 밖에 나간 줄 알고
하루 종일 울며불며 동네를 돌아다닌 나를 보면 안 봐도 뻔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주말을 보냈다.
청소기 돌리고 돌아서서 걸레질에 몸이 부서질 것 같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키울 것이다.
행복에도 반드시 책임이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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