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나서 쓰는 글
한창 나와 언니가 엄마 말을 안 듣던 시절.
그러니까 둘 다 대학생이고 엄마 일은 안 도와주고
빨빨 거리고 밖으로 돌아다니기만 했을 때,
하루는 열 받은 엄마가 청소하다 걸레를 바닥에 패대기치며
"내가 아주 죽어야지! 이것들 이렇게 엄마 말을 안 듣고!
내가 죽어야 정신을 차리지 아주 그냥!"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당장 죽을 사람처럼 화를 냈다.
언니와 나는 올 것이 왔구나, 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엄마를 지켜보며 슬슬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렇게 화를 내면서도 걸레를 빨러 욕실에 들어간 엄마는
깜빡이다 꺼져버리는 욕실 전구를 갈기 위해 나더러 식탁 의자를 가져오라고 했다.
엄마는 그러면서도
"나 아니면 누가 이런 걸 해. 내가 죽어야 엄마 소중한 줄 알지!"
라고 짜증, 짜증을 냈다.
조용히 식탁의자를 갖다 준 나는
멀뚱 거리며 엄마가 의자에 올라가는 걸 지켜봤다.
그때, 새 전구를 들고 헌 전구를 돌려 빼던 엄마는
높낮이가 잘 맞지 않는 바닥 타일에
식탁 의자가 삐끗하자 움찔하며 꺅! 하고 소릴 질렀다.
"어머머! 죽을 뻔했어! 의자 꽉 안 잡아!"
죽고 싶다고, 죽어야 된다고 내내 투덜거리며 짜증 부리던 엄마는
아주 조금 기우뚱한 식탁의자에 놀라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