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나서 쓰는 글
"아니, 그건 아니야. 소심한 여자애는 이런 식으로 혼자 밤거리로 나오지 않아.
넌 여기서 뭔가를 발견하고 싶었던 거야. 그렇지?"
"여기라니?" 마리는 묻는다.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자신의 구역을 벗어난 영역에서, 그런 뜻."
(무라카미 하루키_애프터 다크) 중에서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을 들고 있다.
결혼 전부터 이용하던 곳을 계속 유지 중인데
담당자가 중간에 딱 한번 바뀌고 계속 같은 사람이다.
담당자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인데,
첫인상도 그렇고 마음 씀씀이가 진심으로 느껴져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개인적인 SNS도 트고 지내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보험, 즉 나는 백날 들어도 도저히 모르겠는 그 분야에서
꽤나 능률적이고 인정받는 사람임이 분명한 이 사람이
가끔 SNS에 올리는 일상의 모습을 보면
사람 사는 거 참 거기서 거기구나,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숫자밖에 모를 것 같은 사람인데
의외로 접시에 그림 그리는 포슬린 아트를 취미로 가졌다거나
개나 고양이가 아닌 앵무새를 키운다거나(그것도 두 마리)
또 최근에는 페이퍼 아트를 하는 것 같은데
물론 이 사람의 취향이긴 하겠지만
자신의 일과 전혀 다른 방향의 취미를 즐기는 것을 보면
나와 같구나, 이 사람도 이런 부분이 있구나, 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어쩌면 일과 전혀 다른 무언가를 찾고 싶은 마음이
이런 취미도 물색한 게 아닐까 하는 마음.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여 매번 계산기만 두드리고
뉴스만 죽어라 파면서 살진 않는다는 거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있는 곳에서 조금 벗어나길 원하는 것 같다.
그 다른 길에서 에너지를 얻어 나의 메인 잡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일 테니 말이다.
다 그렇게 조금씩 버티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