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나서 쓰는 글
회식이 있어 좀 늦게 집에 들어갔다.
남편은 낮부터 몸이 안 좋다고 했는데
조용히 안방 문을 열어보니 자고 있었다.
그리고
화장대 위에는 내가 주문한 옷 택배가 놓여 있었다.
분명 내가 있었다면 뭘 또 샀냐고 엄청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나는 그걸 조용히 갖고 나왔다.
옷방에 가서 뜯어보고 거울 앞에서 몸에 대보았다.
괜찮았다.
남편은 내일이면 이 일에 대해 잊을 것이다.
샤워를 하고 고양이 밥을 챙겨 주기 위해 이층 서재방에 올라갔다.
그릇에 사료를 채워주고 한 번 쓱 돌아보는데 낯선 상자 하나가 보인다.
포장을 뜯지도 않았는데 그림을 보니 자전거 관련 용품 같았다.
남편이 주문하고 나에게 잔소리 들을까 봐 위에 갖다 놓은 것 같았다.
다음날 나는 남편의 택배에 대해 잔소리를 해야 하는데,
내 택배에 대한 남편의 기억을 상기시킬까 봐
얘기하지 않기로 한다.
그래, 이번에는 그냥 퉁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