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나서 쓰는 글
물욕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뭔가에 홀린 듯 결제하던 손길을 멈추고
가계부를 들춰보니 이달에 꽤 많은 돈을 벌써 의복비로 지출했다.
줄이자고 다짐한 게 언젠데 벌써부터 이렇게 흔들린 걸까.
나는 쭉 늘어선 의복 비용, 그러니까 옷이나 신발 등을 산 값을
암산으로 계산해보기도 했다. 합계가 믿기 힘들어서.
아무려면 컴퓨터가 내 머리만 못할까.
말도 안 되지만 그 짓을 했다.
해보나마나 합계는 정확했다.
새로 산 샌들은 자주 신고 다녀서 이미 꽤 오래전에 산 줄 알았는데
이게 고작 이달 초였다니.
이달 카드값도 장난 아니겠구나.
중얼거리다가 근데도 왜 이렇게 사고 싶은 게 많은 걸까
혼란스럽다.
계절이 바뀌어서 일까,
내 몸의 호르몬 변화 때문일까.
둘 다 틀리진 않았을 것이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옷장을 정리하고 버릴 옷들을 챙기는 것.
하나를 사면 두 개를 버리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버린다고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정리하면 마음이 좀 홀가분하고 위안이 되는 걸까.
어쨌거나 자기 위안이지만.
여하튼 집에 물건이 쌓여가는 건 싫다.
사는 건 좋지만 말이다.
다시 쇼핑을 끊어야겠다.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