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초등학생'과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책을 사면 아주 가끔 출판사에서 만든 브로슈어가 딸려 온다.
어떤 책이 출간되고 출간될 예정인지 등이 적혀 있는데
한 번은 마스다 미리 책만 쭉 나열된 브로슈어를 받았다.
볼펜을 들고 하나씩 지워나갔다.
내가 안 산 마스다 미리 책이 뭔가, 하고.
보이는 대로 다 산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안 산 책이 있었다니!
나는 바로 서점 사이트에 접속해 내가 읽지 않은 마스다 미리의 책을 주문했다.
지금 집과 회사에 있는 책꽂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을
그녀의 책을 언젠가 한 군데 모아 쭉 꽂아볼 예정이다.
족히 10권은 넘을 것 같은데,
왜 그녀의 책은 이렇게 사도사도 또 궁금할까.
가장 최근에 출간된 것으로 보이는 '어른 초등학생'과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이다.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는 4컷짜리 만화로
실제로 그녀가 작가가 되기 전 회사에 다녔던 그녀의 경험담이
고스란히 묻어난 만화다.
너무 사소해서 정말 이런 거까지?라고 생각될 에피소드가 곳곳에 숨어 있다.
나는 그런 에피소드를 그냥 넘기지 않고 꼭 책갈피 해둔다.
나는 그냥 지나쳤을 상황들을 그녀는 글로, 그림으로 풀어냈으니까.
언젠가 꼭 참고하기 위해서.
그중 정기권과 엄마에 관한 에피소드. 만화니까 쓱 보기 좋다.
'어른 초등학생'은 마스다 미리가 추천하는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우리나라에도 출간된 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책도 있는데
아무렴 어떠랴. 그 그림책이 궁금하다기보다 마스다 미리의 추천이 궁금한 것이니.
<혼자서 할 수 있게 된 날>
혼자 하지 못했던 일을 혼자서 할 수 있게 된 날.
그런 어린 날의 추억을 사람들은 얼마나 갖고 있을까.
내가 혼자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날.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고 생각한다. 동네 아이들 가운데에서 늦은 편으로,
좀처럼 보조바퀴를 떼지 못하고 있었다. 겁쟁이였던 것이다. 저녁, 엄마와 함께
집 앞에서 특별 훈련을 하고 있는데, 동네 아이들이 모여들어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좀 더 세게 밟아."
"몸을 똑바로 펴."
그게 안 되니까 못 타는 거 아냐!
조금 화가 났었다. 마침내 탈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정말로 기뻐서 해가 지도록
집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소꿉친구인 남자애가 걱정하면서 내 뒤를 따라 돌아주었다.
<p58>
지금 가장 퍼뜩 스치는, 내가 혼자서 할 수 있게 된 무엇은,
'컵라면 먹기'이다. 컵라면 하나를 혼자 다 먹지 못했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육개장 컵라면 하나를 혼자 다 먹었을 때
뭔가 어른이 된 기분을 느끼고 말았다.
와, 이걸 내가 혼자 다 먹다니.
매워서였는지 양이 많아서였는지, 그 기준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혼자 해냈다는 기분만은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다 먹고 밥까지 말아먹는 컵라면 하나 다 먹는 게 뭐 그리 대단했을까.
사실 이 책은 언젠가 내 아이의 그림책을 골라줄 때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구매했다.
그녀의 추천이라면 엄마도 오케이!
지금도 충분히 자주 책을 내주고 있지만 계속 계속 그녀의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녀가 할머니 되고 내가 할머니 돼도, 함께 나이 들어가며
읽을 수 있는 작가이고 책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