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나서 쓰는 글
가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친정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올 때가 있다.
그럼 대부분은 아이에 관한 이야긴데, 그중 거의가 어린이집에 이야기다.
친정 바로 아랫집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라 우리 아이가 울면 친정집에 다 들린다.
어떻게 그게 우리 아이인 줄 아냐면 우리 아이가 제일 일찍 등원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선생님과 단 둘이 있다는 걸 아는 친정엄마는
아이가 울면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는 거다.
한 번은 아이가 너무 오래도록 울어서 직접 내려가 보니
아이가 선생님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다가
그걸 못하게 하니 떼쓰는 거라고 했단다.
친정엄마는 맘이 좋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할머니 때문에 선생님도 당황하셨을 것이다.
친정엄마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에게 전화를 건다.
이래 이래 해서 내가 내려가 보니 이렇더라…
거의 어린이집 선생님을 이르는 수준이다.
나는 그런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 당혹스럽고 살짝 화도 난다.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도 엄마니까 그런 이야길 들으면 아이가 홀로 울었을 그 순간이 떠올라
너무 괴롭다. 정말 심장이 따끔거린다. 모두가 내 탓인 것만 같다.
지난번에는 친정엄마 말만 듣고 끙끙댈 건 아니란 생각에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원장님과 이야길 나눴다.
나는 다시 이래 이래 해서 이런 이야길 들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좋게, 좋게 물어봤다. 최대한 차분하게.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당연히 100% 친정엄마 말이 맞는 건 아니었다.
나는 솔직하게 원장님께 이런 이야길 친정엄마 통해서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확인하고 싶어 전활 걸었다고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당연히 그러셨을 거라면서
일하는데 마음이 안 좋았겠다고 나를 위로해주셨다.
나는 다시 친정엄마에게 전화 걸어 이번에도 차분하게,
다음부턴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도 내려가지 말라고 말했다.
운다고 과자 들고 쪼르르 내려가서 선생님 자극해봤자
좋을 것 없다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갔으면 그 순간부터 아이는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선생님도 선생님 나름의 훈육 방법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할머니 입장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리고 아이는 우는 게 맞다.
말을 못 하니까 자신이 의사 표현할 방법이 우는 것 밖에 더 있나.
너무 심하게, 자주 우는 건 문제가 되지만
너무 울지 않는 것도 아이에겐 좋지 않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SNS에선 어린이집에 관한 사건사고가 올라온다.
나는 아예 보지도 않는다. 봐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연약한 감정 탓에 내가 쉽게 휘둘릴 거란 걸 안다.
아이를 맡겼으니 선생님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게 일하는 엄마다.
내가 집에서 아이를 돌봐도 아이는 운다.
할머니가 아이를 돌봐도 아이는 운다.
어쨌거나 그 당연한 걸 받아들여야 하는데
오늘도 그 당연한 걸, 당연히 받아들이지 못해 끙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