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나서 쓰는 글
두어 달 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로부터 택배 박스 하나가 도착했다.
그 택배를 회사에서 받아 놓고 밀린 일이 너무 많아 뜯어 보지도 못하고 책상 옆에 두었는데,
친구가 때마침 택배 잘 받았느냐고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다급하게 어어, 받았지 받았어, 라고 대답함과 동시에 칼을 들고 박스를 뜯으려는데,
친구가 ‘전에 말한 파우치랑 현금봉투도 넣었어’ 라고 하는 게 아닌가?
현금봉투?! 얼마 전 내 아이 돌인 걸 알고 애가 애가 또 돈을 보냈네, 라며
‘무슨 돈을 보내고 그래!’라며 물으니
친구 왈, ‘돈이 아니고 현금 넣는 봉투~’라며 깔깔깔 웃었다.
카톡 메시지 였지만 친구가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경조사에 은근 쓰임이 많은 현금봉투를
예쁘게 디자인해 보냈다는 건데 무슨 돈독 오른 여자처럼 돈을 보냈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근데 그 짧은 순간 난 조금 행복했었지, 하하)
생각지 못했지만 봉투는 의외로 필요할 때가 많다.
좀 전에 말했듯이 경조사는 물론이고 서류를 제출할 일이 있을 때나,
각종 문서 등을 안전하고 깔끔하게 보관할 때 말이다.
비록 돈이 든 봉투를 받은 건 아니었으나 현금보다 더 값진 선물을 받은 나는
서랍 속에 그녀가 보내준 봉투를 고이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한 장씩 꺼내 쓰며 조금 센스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