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나서 쓰는 글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와 2분 정도 걷다 보면 스타벅스가 보이고 그 스타벅스 골목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편의점이 나온다. 나는 매일 아침 편의점에서 헤이즐럿 향 커피를 산다. 그 봉지커피는 500원이고 얼음이 든 컵을 사야 되는데 그 얼음컵이 천 원이다. 얼음컵 사는 거야 자유니까 나는 커피만 사고 얼음컵은 사지 않는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얼음이 나오는 정수기가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비가 온다더니, 강수 확률 60%라더니 비는 오지 않았다. 한낮 기온은 36도. 점심을 먹기 위해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 내 머리 바로 위에 태양이 내려앉은 건 아닐까 싶을 만큼 정수리가 뜨거웠다. 와 이런 날 밖에 일하는 아저씨들은 어떡하냐. 함께 점심을 먹는 동료를 향해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러게. 그래서 아침 일찍 일 시작하잖아, 그런 사람들은. 새벽같이. 그래 그 편이 오히려 낫지. 그렇게 말하며 돈까스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어느 집 담벼락 그늘에 기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앉아 쉬고 있는 공사판 인부 세 명이 보였다. 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까맸고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들처럼 시선은 허공을 향해 있었다. 그들 옆에는 쿨피스가 놓여 있었는데 살살 부는 바람에도 종이팩이 흔들거리는 걸 보니 다 마신 빈 팩인 듯했다.
나는 내가 일을 시킨 것도 아닌데 괜한 죄책감이 들어 그들 앞을 재빨리 걸어 지나쳤다. 밖에서 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마음이 절실하게 들었다. 돈까스 집 너무 멀다. 우리 가까운 데 갈까요? 걸어서 7분 정도 거리인데도 너무 덥다고 목적지를 바꾸자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덮밥 집에 들어갔다. 에어컨 바람이 꽤 세서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나는 에어컨 바람 방향을 위쪽으로 향하게 바꿔 놓았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30초 전에 덥다고 난리 치더니 이제 춥다고 난리다.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 사이로 나는 추워서 팔을 쓸어내렸다. 내가 덥지 않아도 불편한 이 더위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