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서만 자유로운 몸

수영의 쓸모를 찾아서

by 맛있는 하루

나홀로 자유수영이지만 나만의 수영 계획이 있다. 오늘은 뺑뺑이의 날. 천천히 3바퀴를 돌다가 서서히 속력을 올린다. 시원하던 물이 몸 속에서 열이 나면서 미적지근해지는 기분이 좋다. 물 밖이었다면 땀에 절어 끈적거리는 느낌이 싫었을 법 한데, 땀이 나도 끈적거리지 않는다. 여기는 물 속.


배영 10바퀴, 자유형 10바퀴, 마무리 2바퀴, 이제 끝났다. 헉헉헉. 헉헉거리며 마무리로 물 속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수영 선수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해요?"

".........."





안그래도 고민하던 것이었다. 사십 년이 넘게(정확히는 오십 년에 가까이) 숨쉬기 운동만 하다, 허리 통증 때문에 수영을 시작했다. 살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는데, 수영 덕분에 소소한 하루가 특별함이 더해졌다. 수영이 밋밋했던 삶의 활력소가 되었고, 통증이 줄었고, 삶의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문득문득 떠오르는 고민이 있었다.


아직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가 크다보니, 무엇을 하든지 경제적 쓸모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수영을 더 잘하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이미지 트레이닝하고, 수영장에서 연습하며 수영이 늘었다. 통증이 줄어들어 병원비는 좀 줄었지만, 그럼에도 경제적 인풋의 가치는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수영을 경제적인 인풋으로까지 연결지을 수 있을까?





가입해두었던 수영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봤다. 어라? 수영 관련 자격증이 있네? 생활체육지도사, 수상구조사? 수상구조사는 왠지 좀더 전문적인 것 같아서 생활체육지도사를 먼저 알아보았다.


<생활체육지도사 수영 시험 개요>


1) 1단계 : 필기시험

스포츠심리학, 운동생리학, 스포츠사회학, 운동역학, 스포츠교육학, 스포츠윤리, 한국체육사 등 7과목

각 과목당 20문항, 총 140문항 객관식

과목당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합격

합격시 차년도까지 실기응시 가능


2) 2단계 : 실기 및 구술시험

실기시험과 구술시험 각각 만점의 70% 이상 득점해야 합격

실기시험에 합격한 사람에 한하여 구술시험에 응시할 수 있음이 원칙


3) 3단계: 연수교육 및 현장실습

90시간의 연수교육 이수

40시간의 현장실습 완료


1년에 한 번 치뤄지는 2급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대략 8개월 정도의 기간을 할애하면 된다고 한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어렵다던 공인중개사시험도 10개월만에 초시로 한 번에 붙었던 경험이 있으니, 필기시험은 왠지 자신이 있다.


실기는 어떤 종목을 보지? 자유형과 배영만 보면 또 가능할 듯한데?


<실기시험 세부 구성>

실기시험은 총 90~100점 기준으로 평가되며, 다음 3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1) 영법 선택 및 기록 평가 (60점)

개인혼영(IM) 100m (접배평자 순서)

기준 기록: 남자 IM 100m 1분30초 이내, 여자 1분40초 이내


2) 영법 정확성 평가 (20점)

4영법(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의 킥, 팔 동작, 호흡 기술

각 영법별 정확한 폼과 리듬 유지가 핵심


3) 스타트 및 턴 기술 (10점)

정확한 출발 신호 대응과 각 영법별 턴 동작

접영, 평영, 배영의 특수한 턴 규칙 숙지 필요


헐!!!!!!!! 이런이런... 접배평자??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을 모두 해야한다고? 허리 디스크 때문에 배워보지도 못한 평영과 접영. 이렇게 나의 자격증 시도에 발목을 잡는구나.


수상구조사도 마찬가지였다. 하긴, 누군가를 구조할 때 시야가 뻥뚫린 상태로 수영하는 평영은 필수인 게 맞는 듯 하지만, 왠지 억울하다. 수영 자격증을 시도조차 못하는 수영 따위. 갑자기 수영의 쓸모가 없어진 것 같다.




하루종일 툴툴거렸다. 아무리 허리 통증 때문에 시작한 수영이지만, 수영을 계속 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회의감이 들었다. 이넘의 몸둥아리, 짜증나니깐 오늘은 뺑뺑이라도 돌라며 내가 나에게 빡센 수영 훈련을 처방한 날이었다.


헉헉헉. 헉헉헉..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데, 훅 들어온 질문이었다.


"수영 선수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해요?"


"..........."


"매일 운동하는 것도 운동효과가 없대요. 좀 쉬엄쉬엄해요. 왜 그렇게 열심히 해요?"


"그냥요. 흐흐.. 제가 허리디스크가 심해서 물 밖에서는 통증때문에 잘 걷지도 못하고, 오래도 못 앉아있어요. 근데 물 속에서는 몸이 참 자유로워요. 수영을 처음할 때는 수영을 하다가도 허리를 삐끗하고, 통증을 느꼈는데요. 요즘은 수영할 때 통증이 없더라구요. 제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물 속이라서요. 통증없이, 제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진다는 걸 느끼는 게 좋아요."


몇 초 머뭇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그 질문을 받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미 수영의 소중한 쓸모를 찾았다는 것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통증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몸의 자유로움,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는 순간의 생생함, 밋밋했던 하루가 소소한 에피소드로 채워지는 특별함. 이 모든 것들이 내게는 어떤 자격증보다도 값진 수영의 쓸모였다.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정대건의 『급류』에서 주인공 도담이 말한다.


"도담은 여유롭게 헤엄치며 웃었다. 자유롭다. 내가 얼마나 수영을 잘했던가. 수면에 나와 눈부신 햇살을 받으니 살아 숨쉬는 그 자체로 좋았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있을지 모를 미래에 목매지도 않으면서 진정으로 살고 싶어졌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거센 물살을 헤엄치듯이."


모든 것에 경제적 가치를 매기며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때로는 그냥 좋은 것들이 있다. 그냥 자유로운 것들, 그냥 아름다운 것들, 그냥 의미 있는 것들. 수영이 내게는 그런 존재였다. 크게 쓸모를 따지지 않고도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수영의 쓸모로는 충분하다.


물 밖에서는 골골대며 이런저런 제약이 있지만, 물 속에서만큼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 이보다 더 확실한 쓸모가 또 있을까.


오늘도 나는 수영장으로 간다. 접영도 평영도 못하지만, 자유형과 배영만으로도 충분히 자유롭다. 거센 물살을 헤엄치듯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서.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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