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서도 수영이 가능하다

나의 수영 개인강습 선생님

by 맛있는 하루

'흠~~~~~허~~! 흠~~~~~허~~!'

'오른쪽 팔 글라이딩하면서 왼쪽으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라.'


내가 내 몸에게 명령하며, 어제 하루 종일 본 유튜브 영상을 머릿속에서 무한재생하며 수영장으로 향한다.

언제쯤 왼쪽 호흡이 자유로워질까?


'오늘은 어제보다는, 아니 지난 주보다는 목에 힘을 덜 줘야지. 그깟 수영장 물 좀 먹으면 어떤가.'


어제 방구석에서 수영 개인강습을 해준 선생님은 수영 유튜브 채널 '굿나잇진조'의 진조쌤이다.


강습반도 아니고 매일 나홀로 자유수영을 한 지 일 년이 되었다. 강습반에 들어가서 배워보고 싶지만, 80대 허리뼈를 가지고 있는 내게는 언감생심이다. 디스크가 닳아서 아예 없고, 허리뼈는 퇴행성이다.




"악!! 아악!!"


오래 전, 평영 발차기를 배우다, 통증에 나도 모르게 수영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아.. 회원님... 허리 상태로는 평영은 안하시는게 좋겠어요. 물론 접영도요."

"음.. 저는 배우고 싶은데요."

"그럼 병원에 가서 여쭤보고 오세요."


4개 영법을 모두 구사하고 싶은 마음에 병원으로 향했다. 허리 X-ray와 MRI 사진을 보시던 의사선생님이 말하셨다.


"아니요. 평영, 접영은 이 허리로는 절대 안됩니다. 팔십 대 어르신 허리입니다. 하지마세요. 자유형과 배영만 하세요. 배영이 더 좋습니다."


호텔 수영장에서 여유로운 평영, 실내 수영장에서 날쎈 접영을 꿈꾸던 나의 희망은 그날로 바뀌었다.


'내게 남은 것은 우아한 배영과 미끄러지는 자유형뿐이다!'




여러 상황에 의해 희망은 희망으로 남기고 수영을 잠시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수영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강습반에 들어가고 싶었다.


평영과 접영을 1도 못하니 초급반에 가야할까? 초급반에 간다고 평영과 접영을 배울 수 있는 허리도 아니다. 다른 분들이 배영과 자유형 발차기할 때 나만 뺑뺑이를 돌 수도 없고.


상급반을 가야할까? 배영과 자유형은 상급반에 들어가도 속도나 자세에서 꿀릴 것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평영과 접영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남들은 평영과 접영하는데 맨 앞에서 배영과 자유형을 하는 것도 맘에 안 든다.


이래저래 남은 선택지는 나홀로 자유수영이었다.


배우다 만 사이드턴을 완성하고 싶었다. 어느 날 유튜브에 수영 강습 쇼츠가 떴다. 나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알고리즘이란 참으로 무섭다. 아니, 덕분에 사이드턴 영상을 찾아보고, 이미지를 익히고, 다음날 수영장에 가서 연습을 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사이드턴이 너무도 쉽고 가볍게 완성되었다. 알고리즘 덕분이다.


요즘엔 왼쪽 호흡을 연습 중이다. 언제쯤 완성될지는 모른다. 영상을 찾아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어쩔 땐 물 속보다 땅 위에서 이미지로 하는 수영이 더 잘 나가기도 한다.


방구석에서 수영 연습을 하다 피식 웃었다.




'학생 때 이렇게 공부를 했으면, 대입에서 수석을 했겠다. ^^;;'


나이가 들어서야 깨달았다. 진정한 배움은 누군가가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할 때 일어난다는 것을. 80대 허리를 가진 몸이지만, 호기심과 열정만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영장에서 혼자 묵묵히 헤엄치는 시간들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배영과 자유형만 해도 괜찮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 페이스대로,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관심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세상이다. 방구석에서도, 수영장에서도, 그리고 인생 어느 순간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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