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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목 Jan 21. 2021

내가 좋아하는 것 2




한 번 앉아 본 자리, 새 발이 나뭇가지를 붙잡고 서있는 모양, 같이 걷자는 기약, 미 플랫, 성당 뒤편으로 지는 해, 처음 얻게 된 얇은 만년필, 호두 커피 원두, 초록색, 연하게 떠오르는 달, 쌍문역 2번 출구, 좋아한다고 말할 때 모아지는 입술, 세이지 꽃, 눈 위에 고인 발자국, 내 팔을 베고 자는 잎새, 신학교 언덕 위에 숨은 숲, 우리들의 술자리, 어둑어둑한 골목길, 새로 산 고동색 가방, 세탁소 지날 때 나는 냄새, 가끔씩 내게 쓰는 메일, 성대 후문에서 성북동으로 난 한산한 길, 비비추와 맥문동이 자라난 효창공원, 빌려온 책, 전철이 지나는 한낮, 시 바깥에서 보는 시의 안쪽, 빨간 묵주, 소리 내어 읽는 시간, 메타세콰이아 나무의 피부, 와인에 멸치, 터널을 지날 때마다 생각나는 한강의 단편 소설, 미리 써준 축일 편지, 겨울에 솟아나는 새순, 가벼운 이불, 강 건너의 나무, 친구와 주고 받는 이모티콘, 가을의 졸음, 혜화동 로터리, 어느날 혼자 걷던 호숫가, '새'라는 제목의 두 노래, 새벽 달리기, 커다란 웃음소리, 기차 안에서 생각을 모으는 아침, 당신이 나오는 꿈, 지킬 약속, 사랑 뒤에 있는 문, 맑게 갠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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