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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Feb 22. 2021

알록달록 형형색색

이까짓, 털

알록달록 형형색색 



대한민국처럼 유행에 민감한 곳에서도 실패한 유행이 있다. 바로 겨드랑이털 염색! 

시작은 2011년 캐나다의 ‘머치뮤직 비디오 어워즈’ 였다(한국으로 치면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그 무대에서 레이디 가가가 민트색으로 물들인 겨드랑이털을 선보였다. 그 후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겨드랑이털 염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혹시 궁금한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창에 ‘겨드랑이털 염색’이라고 쳐보시길! 알록달록 형형색색. 절대 겨드랑이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비주얼을 볼 수 있다. 

레이디 가가는 그저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선보인 퍼포먼스였을지 몰라도, 일부 여성들에겐 그 이상의 의미였다. ‘여성이 겨드랑이털을 제모하고 감춰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가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 왔다. 감추고 미는 게 오죽 답답했으면 염색을 해서 ‘이것이 패션이다!’라고 했겠는가. 


탐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다. “절제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성공하려면 도를 넘어야 한다.” 뭐가 됐든 논란이 되는 것은 변화의 시작점으로 봐도 좋지 않을까. 털을 제거해야 하는 혐오의 일부가 아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취향의 일부로 편입하는 시작점! 내 취향대로 머리 스타일을 바꾸듯 내 털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말이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그 유행이 다시 시작한다면, 한국으로 넘어온다면...? 누구 보다 강한 멜라닌 색소를 머금고 자라나는 동양인은 탈색을 몇 번이나 해야 할 텐데... 괜히 겨드랑이가 따끔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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