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별거인가
호불호도 심하고, 낯가림이 있는 난,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다른 사람이 된다. 마곡으로 이사 간 선배댁 놀러 갔다가 근처 맛집이 있다며 갑자기 방문한 곳. 예약필수인데, 취소한 손님 덕분에 맛볼 수 있었던 행복한 맛.
맛있는 음식을 입 안으로 넣을 때, 온몸의 전율과 발이 저절로 동동거리게 된다. 눈을 즐겁게 하는 플레이팅도 예술이고, 맛도 감동이라 먹기 아까울 정도였다. 아보카도 타르틴부터 부드러운 매쉬포테이토에 올라간 관자요리를 시작으로 메인요리를 여러 가지 주문해 조금씩 맛을 보았다.
숟가락으로 메쉬 포테이토와 함께 관자, 콩을 한 번에 떠야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신다. 으깬 감자가 입 안으로 부드럽게 가득 매우면서 관자와 바질소스가 춤을 추는 듯했다.
식사를 했다는 생각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행복을 느끼는 순간
촉촉하고 쫀득한 생면, 탄력하고 꼬들한 건면 식감에 처음 맛보는 시금치 소스의 리조또. 크리미 하면서도 건강한 시금치의 향이 올라오면서 질척거리는 느낌과 고소한 견과류가 씹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때까지 먹었던 리조또, 파스타와는 다르게 음식이 나올 때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며 알아가는 재미, 보는 즐거움, 먹는 행복감, 새로운 식감 여러 감각들을 깨우는 음식을 먹으면서 전시를 보는 것처럼 기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생면인 트러플 파스타는 소스와 비비면서 후각을 자극해 향이 올라오고, 입 안으로 넣으면 풍미가 예술이다. 밀가루와 달걀로 반죽해 바로 만든 면이라 촉촉하면서도 부드럽다. 비교를 위해 건면으로 된 갈릭크런치도 주문했는데, 파스타를 먼저 섞고, 빵가루를 조금씩 덜어 바삭하게 즐기라고 안내해 주셨다.
플레이팅으로 시각, 여러 향을 맡을 수 있는 후각, 다양한 식감, 온도를 느끼게 하는 미각, 쫀득거리는 면과 뽀드득 견과류가 씹히는 소리 청각, 입 안에서 텍스처를 느끼게 했던 촉각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오감을 느끼게 해 준다.
사람들은 늘 해왔던 방식으로 음식을 선별하고, 먹게 된다.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은 음식취향부터 사회 문화적인 요인, 광고에 의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음식들이 좁은 시각을 가지게 된다. 단지 배를 채우는 행위, 식사시간이니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시간들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한 끼의 음식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양질의 음식을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