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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쪼 Nov 19. 2022

나는 왜 너의 울음에 화가 날까

육아를 통해 배우는 억압된 감정

# 아이의 눈물


"흐엉엉 찢어졌어!"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외투도 벗지 않은   거실 한가운데에서 울고 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색종이로 만들어준 장난감이 찢어진 이유에서였다.


나: "아이고 속상했겠네!"


종이 장난감을 들고 서럽게 우는 6살 꼬맹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아이는 잠깐 동안 품에 안겨 엉엉 울더니 금방 진정된 듯 다른 장난감을 꺼내 들었다. 눈은 아직 벌겋게 달아올라있지만 기분은 한결 가벼워진 모양이다. '엄마 이것 봐!' 하며 까랑까랑한 목소리를 낸다.  어느새 찢어진 종이 장난감은 잊혔다.


 아이의 자그마한 발톱을 깎아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속상했던 일, 엄마 아빠의 어릴 적 이야기 등 궁금한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은 귀여운 아들이다.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는 따뜻해' 하며 작지만 포근한 아이의 몸이 내 팔을 감싸 안는다 덩달아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 : "근데 엄마는 화가 나면 나를 걱정하지 않아. 아빠는 나를 걱정해주는데.."


맞는 말이다. 아이가 떼를 부리거나 소리 지르며 울 때 나는 종종 그 상황이 버겁고 때론 화가 난다. 앞으로 내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아이가 우는 이유가 나랑 관련 없는 일이라면 괜찮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와 연관된 상황 때문에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면 나는 과하게 불편해했다. 그럴 때는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심호흡을 하고, 자리를 피하곤 했다. 견디다 못해 아이에게 그런 일로 짜증을 내냐며 화를 낸 적도 많다.


 요즘 하고 있는 최선은 방법은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방에 들어가서 진정되면 나올래' 하고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아이는 속상한 듯 방으로 들어가서 펑펑 울다가 감정이 진정되면 쭈뼛대며 나오곤 했다. 그러면 남편은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걱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 서러웠던 모양이다.


나: "맞아. 그랬지. 미안해."

아이: "응! 그것 빼고 다 좋아."


부족한 엄마에게서 잘 커주는 아이가 대견하다. 그리고 엄마에게 이런 섭섭함을 숨김없이 표현을 해주는 것이 감사하다.  




# 나는 왜 화가 날까?


<수치심의 치유>의 저자 존 브래드쇼는 어릴 적 가정에서 화를 표현하는 것을 전혀 허락하지 않았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화가 날 때마다 수치심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어릴 적 어머니께 혼나고 나면 혼자 방 안에서 울곤 했는데,  '밥먹여주고 다해줬더니 눈물이 나 흘리고 있다'며 도리어 다시 혼나곤 했다. 그때 '어린 나'의 감정은 어땠을까? '어린 나'가 되어 그때를 회상하면 슬픔, 수치스러움, 억울함,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뭉쳐있다. 오랫동안 억압되어 있던 그 감정들이 여러 가지 상황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처음에는 그 감정의 강도가 너무도 강렬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심리학 관련 책들을 읽고,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것은 그 감정들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고, 지금도 받아들이는 시간들이 필요하지만, 덕분에 감정의 강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육아를 하면서 겪었던 첫 번째 어려움은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내가 강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 두 번째는 감정을 진정시키지 못해 아이에게 화를 낸 날에는 스스로 수치심에 마음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다행인 건 그런 나를 받아들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난 후부터 느껴지는 감정의 강도가 서서히 줄고 있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 아이의 불편한 감정을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쯤, 아이가 자동차 놀이를 하자며 고사리 손을 잡고 방으로 이끈다.


그래,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구나.

작지만 따뜻한 아이의 손을 잡고, 눈 맞추고 깔깔거리고 재밌게 놀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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