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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쪼 Dec 07. 2022

빨리 낫는 사람들의 특징

회복탄력성



# 빨리 낫는 사람은 따로 있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지방의 한 시장 근처에 자리한 병원의 물리치료실이다. 위치 특성상 고령의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고, 대부분이 만성통증을 가지고 있다.


"여기가 나으면 저기가 또 아프고... 큰일이야"


환자 입장에선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이가 듦에 따라 근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관절의 퇴행이 진행다. 몇십 년 동안 몸에 배어온 습관들, 생활패턴, 근무환경에 따라 부담이 된 관절들은 퇴행이 더 빨리 생긴다. 따라서  인간의 몸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회복이 빠른 환자들이 있다.  60-70대 이상인데도 회복 후 운동을 꾸준히 하시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분들도 많다. 건강관리를 위해 병원을 찾아오시지만 회복이 빨라 며칠 혹은 몇 주만 지나면 마지막 인사를 하시고 본래의 일상생활로 복귀하신다.


"덕분에 빨리 나았어요. 이젠 운동 다니느라 못 올 것 같아요. 또 봐요."


같은 진단명과 비슷한 연령대. 물리치료를 자주 받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치료 후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 그들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회복이 빠른 사람들의 특징을 잘 살펴보면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빠른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이야기해보자면 나이, 환경, 습관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 오늘은 마인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 빨리 낫는 사람의 특징


 물리치료사로서 일하면서 직업의 장점을 하나 꼽으라면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해볼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통증이 생기는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환자의 삶에 들어가게 된다. 환자들은 본인도 모르게 직업, 가족관계, 심지어 제사나 김장 담그는 날 같은 집안 행사까지 설명하실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마치 인터뷰어가 된 듯이 환자분의 삶에 녹아들어 가게 된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분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바로 그것이었다. 회복이 빠른 사람들은 마인드가 달랐다. 질병을 대하는 자세, 즉 태도가 달랐다.


만성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 대부분은 통증의 이유를 나이, 누군가를 위한 희생, 과도한 일 등과 같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과 광범위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하셨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아닌 타인이나 외부 환경에 의해 일어난 일이고, 절대 불변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인식하는 듯했다. 통증 이야기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이야기가 곁들여지곤 했다.


 반면에 회복이 빠른 환자들은 달랐다. 통증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 간단했다. 통증이 일어난 상황과 진행 과정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진단에 대한 정보를 궁금해했고,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였다.  대부분은 자신만의 건강관리 습관이 있었고, 통증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치료하면 회복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더불운동을 즐겨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회복이 빠른 사람들은 통증 또한 자신의 노력으로 충분히 완화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따라서 질환을 대하는 환자의 태도가 회복 속도와 치료 예후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신심 일여(身心一如 ) : 몸과 마음은 하나다


 비단 몸뿐만이 아닐 것이다. 마음의 병 또한 그렇지 않은가. 오랫동안 이어온 스트레스를 잘 다루지 못했을 때는 몸으로 그 통증이 나타난다. 즉 마음의 통증은 몸의 통증이다.  불교에서는 *신심 일여(身心一如) 라는 용어가 있다. 육신을 떠나 마음이 있을 수 없고, 마음을 떠나 육신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몸과 마음을 이원론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보는 견해다. 나는 이 의미에 적극 동의한다. 마음의 병이 몸으로 나타나듯이, 몸의 통증도 마음의 방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부상 이후의 삶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 도약해내는 능력 '회복탄력성'이라고 하였다. 어려움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되려 성장하고 강해지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병원에서 만나온 '빨리 낫는 사람들'의 특징도 이와 같았다. 통증이 심한 시기에서도 그들은 누군가를 탓하지 않았다. 오로지 하루 빨리 회복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들의 삶에서 크고 작게 아파온 경험들이 오히려 그들을 강하게 만들고 있었고, 빛나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아픔을 기회로 보는 사람이 있고, 재앙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재앙으로 볼 때 우리는 스스로 실패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회로 삼고 뛰어넘는다면 우리는 더 강한 사람이 되어 또 다른 차원의 삶으로 도약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전에는 장애물이 되었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이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삶 말이다.



나도 그들처럼 빛나는 눈을 가질 수 있을까











 

*신심 일여 : 네이버 원불교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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