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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타임 Nov 18. 2020

브런치 시작

아직은 머리가 뱅뱅

어떤 일은 타인에게 칭찬받을 때 기분이 달랐다.

음식을 잘해서 받는 칭찬은 그저 날 안도하게만 했다.

그것으로 인생의 방향이 달라질 것 같진 않았다.

계속 음식을 하고 싶은 욕구보단 일단 한 번의 잘차린 식에 족하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글은 달랐다.

감정에 무언가가 충만히 차올랐다. 글이 좋다는 칭찬을 들으면 얼른  다른 글이 더 쓰고 싶어 졌다.

그리고 어느덧 머릿속에 인생의 행로가 추가로 그려졌다.  길은 날 즐겁게 했다.


사람들을 보면 저마다 유전자에 새겨진 것들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 세상은 제 각기 새겨진 유전자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골고루 발전하고 있다.

저절로 잘되는 일들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새겨진 게 없는 사람일 테니.

그저 좋은 일, 굴광성 식물이 해를 자꾸 따라가듯, 애써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꾸 봐지는 일, 과정이 힘들어도 기꺼이 해보고 싶은 일.

그런 일이 있다면 그것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음이 분명하다.

타고난 유전자에 따라 재능이 발현되어 사는 삶이길 바란다. 그 삶은 그렇지 않은 삶보다 행복에 더 가까울 것이다.




브런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브런치를 시작하게 됐다.

이미 다른 sns에서 일기 아닌 일기 같은 내 이야기들을 써 올리고 있을 때였다.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어서 좋았던 건 하루.

곧 모든 게 헷갈렸다. 노트가 두 권 생긴 것 같았다.

저쪽 노트에 적은 글을 굳이 이쪽 노트에 옮길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낭비하듯 번갈아 두 노트에 쓸 필요도 없었다.

그러려면 각다른 목적을 가진 노트여야 하는데... 이곳에 난 무엇을 써야 하는 것인가.

먼저 이곳에서 글을 쓰고 있는 이들의 무수한 글.

읽을수록 자신도 없고 알 수도 없었다.

덕분에 그동안 '책 쓰기'에 대한 방법론적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크게 와 닿는 책은 없다. 글쓰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음을 움직일 만큼 글이 좋은 책이 없다니...

'아직' 나는 작가가 아니므로 맘껏 비평, 비판, 비아냥, 생떼의 말들을 해도 될 것 같다. ( 게 중 '아직'이란 단어로 내 장래에 희망을 불어넣어줬다.)


이곳은 주로 에세이가 많아 보였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그런 듯하다. 나사실 제가 소설을 써보고 싶다.

그 생각이 오히려 여기에 적응하는데 방향을 못 잡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미 펼쳐둔 sns의 글들을 다시 읽어본다. 그 글들이 왜 이리 이제 서야 부족해 보이는지...

늘 내 글이 좋다고 말해줬던 그곳 친구들의 선량한 심성이 어찌나 고마지...

그리고 그 칭찬에 그저 나 자신도 똑바로 평가하지 못하고 들떠있었던 내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일단 난 여기에 일기를 써 보기로 한다.

우선 친해지기 위함이고, 내가 무얼 써야 하나 찾아가기 위함이고, 이곳이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발견하기 위함이다.

늘 내 글을 다정스레 읽어주던 sns의 그 친구들이 없이도 글이 써질지 모르겠다.


그렇게 머릿속 생각들을 차분히 꺼내가다 보면, 내가 그만두지 않고 계속 그 생각들로 문장을 엮어 가다 보면 언젠가 괜찮은 소설을 쓸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할레드 호세이니.

동시대를 살아가, 존경해마지않는 작가이다.

의사였던 그는 단 3권( 어쩌면 무려 3권)의 소설을 써내고 지금은 NGO 활동 중에 있지만, 그의 힘은 대단하다.

그의 첫 소설 읽기를 끝냈던 그날, 난 잘 알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수십 장의 A4용지에 자료를 출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날을 옆에 두고 꼼꼼히 읽어보았다.

이것이 위대한 작가의 힘이다.


훗날에 내가 이 의 이 글을 떠올리며 미소 짓길 바란다.

아무것도 감이 안와 일기나 쓰고 앉아있던 지금을 떠올리며 그때의 성취를 맘껏 기뻐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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