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진짜 다양하지. 처음에는 다 그저 좋아 보일 거야. 또는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사람들도 있어. 그런 사람들은 조심해야지. 엄청 친해졌고 내가 그를 너무 믿었는데 나중에 그 상대의 태도가 바뀌거나 나를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을 때 나는 '껍데기'만 남게 되거든. 나는 마음을 전부 줬는데 상대는 그게 아닐 때 마음이 얼마나 헛헛하겠어. 그니까 사람과 사귈 때는 처음엔 거리를 두고 시간을 두고 사귀어야 해. 선을 지키면서 사귀어야 한다는 뜻이지.
아빠 친구 *소장 있잖아? 그 소장이랑 아빠가 젊었을 땐 그렇게 친하진 않았거든. 좀 사람이 짼짼했어. 그래서 소장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인기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 근데 다들 늙어서 은퇴하고 ○소장이 일자리 새로 구하느라 같이 여기저기 다녔던 적이 있는데, *소장이 그 더운 날 그 불편한 다리로 그렇게 같이 다녀주더라고. 오히려 당사자인 ○소장보다 더 적극적으로 말이야.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그때 아빠가 생각했지. 저 사람은 짼짼하든 어떠하든 간에 참 진실한 사람이구나. 친구를 위해서 저렇게까지 도와줄 수 있다면 그런 거다 싶었어. 그러면서 내가 *소장한테 마음을 열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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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야기 시리즈.
겨울 한밤,
부엌에 있는 김치냉장고에 둘 다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그냥 이것저것 말하다가 나온 아버지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