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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Dec 18. 2020

엄마의 콧노래

웃어주는 엄마

돌이켜보면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참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엄마가 우리를 키우던 그때가 꽃다운 20대 중반이었으니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을까 싶다.

웃을 일은 없을 것 같은 그 시절에도 엄마는 종종 노래를 불렀다.

단칸방에서 아이들이 잠들었을 조용한 시간.

술을 한잔 걸치는지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엄마는 이마에 팔을 올리고 슬픈 노래를 불렀다.

조용한 노랫소리에 잠이 깨서 원치 않게 듣게 된 노래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때는 엄마의 마음이 어떨까? 하는 여러 생각들에 눈물이 나는 게 아니고

그냥 그 소리가 슬퍼서 나 역시 조용히 어른처럼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흔치 않지만 국민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섰을 때

달그락 설거지 소리와 함께 콧노래 소리가 들리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마음이 하늘까지 솟아오를 만큼 기분이 좋았다.

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던 어린 시절이었으니까.

엄마라는 자리는 가족에게 그렇게 중요한 거다.


지금은 내 딸들이 중학교 1, 3학년이다.

내 어린 시절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조심하는 편이긴 하지만,

우리 집은 절대적으로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가진 않는다.

다만, 아이들 앞에서는 남편과 싸우지 않는 거 정도는 조심한다.

먹을 것도 잘 못 챙겨주고, 공부도 성질나서 못 가르치겠어서 일찌감치 돈으로 처발랐다.

또 한 가지 아이들을 위해 신경 써서 해주는 게 하나 더 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크게, 자주 웃어주기


딸들이지만 아주 곱게 키우진 않았다.

엄마를 닮아 이쁜 얼굴도 아니다.

그렇지만 자타공인 매력이 철철 넘친다.

주변에 있는 친구 신랑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이는 첫눈에 반할 스타일은 아니지만,

두. 세 달만 함께 있어보면 남자들이 줄을 서겠다.

CC나 사내연애가 안전하겠다."


누가 봐도 이쁜 얼굴이 아니지만 어디에서도 기죽지 않고,

공부도 춤도 노래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딸들을 보고

어떻게 키웠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찾은 답은

"아이의 눈을 보고 웃어주는 것!"이었다.


심리학이고 뭐고 어려운 건 난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너 때문에 웃다가 복근 생기겠다는 말이 아이들의 기를 살려준다고 믿는다.

애교도 없고, 말도 예쁘지 않고, 성질도 급한 이 엄마가

그래도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

그 웃음의 효과라 생각된다.


큰딸 얼굴을 빤히 보고 있는데 여드름 난 얼굴이 미워보이길래

내가 "아휴! 못생겼어." 했더니

큰딸이 "내가 아무리 못생겨도 엄마보다는 이쁘다."

서로 내가 더 예쁘다고 티격 대며 깔깔거리다 끌어안고 잔다.


둘째 딸은 쿠키를 만들고 싶다고 같이 만들자는데,

만들어본 적도 없고, 귀찮아서 거절했더니

딸 : 엄마! 그럼 쿠키 만드는 거 알려줘

엄마 : 몰라. 한 번도 안 만들어봤어.

딸 : 뭐야. 20대 여자들의 로망 아니야? 엄마는 쿠키도 안 만들어보고 뭐했어?

엄마 : 술 마셨어.

딸 : 뭐야~ 역시 2부 다워. ㅎㅎ

(경제적 사정으로 돈 벌며 야간대학을 다녔다.)


뭔가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시트콤스러운 이런 분위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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