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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Nov 28. 2020

군기반장 큰엄마와 말썽꾸러기 조카 4

풋풋한 경쟁

공부를 가르치는 시조카 3명 이외에도 여동생이 가까이 살아서 친정 조카딸도 같은 2, 4학년이다.

이 중 둘째 딸내미가 아주 야무지기 이를 데 없다.

오죽하면 조기교육에 별 생각이 없던 동생을 다그쳐 둘째는 우리가 신경을 좀 써보자고 설득을 했을 정도다.

나름 야무지다고 했던 내 딸들을 키울 때와는 사뭇 다른 비상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 인기 있는 영어 과외선생님인 성당 자매님한테 아이를 한번 봐달라고 요청했고,

40분 정도 테스트 후 진짜 똑똑하긴 하다는 평가를 받아, 빈타임이 없는 상황에서도 특별히 아이에게

따로 시간을 내서 영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길게 설명했지만, 결론은 똑똑하다는 얘기다.


편의상 친정 조카를 영희, 시조카를 철수라고 하겠다.


앞서 얘기했던 말썽꾸러기 철수와 똑순이 영희가 같은 2학년이고,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우리 집에서 공부를 하는 걸 알기에 영희가 듣는데서 철수를 좀 과하게 칭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쟁심을 불러일으킬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고,

말썽꾸러기로만 알고 있는 철수가 사실은 똑똑해서 공부도 잘하더라~를 어필하고 싶었다.

그런데 영희는 철수가 똑똑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진도에 따른 경쟁심이 생기기 시작했나 보다.

영희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철수를 칭찬했던 상황이었는데, 영희가 차에서 내리며

"이모~ 철수한테 저는 영재수학 다닌다고 얘기 좀 해주세요"


아니 이게 무슨 귀엽지만 황당한 소리인가?

아마도 자기 앞에서 철수만 칭찬한 게 내심 서운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매일 보던 영희가 나를 만나면 살짝 떨어져 앉기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자기의 진도를 이모가 알면 철수한테 얘기해 줄까 봐 비밀을 지키는 중이라고 한다.


철수의 상황도 마찬가지.

오늘 수업하는 중에 동생이 왔는데, 갑자기 문제집을 안보여주고 숨긴다.

크하하

요 녀석들 봐라


오늘 학교에서 둘이 만났는데, 영희가 철수에게

"야! 너 기적의 계산법 4권 다 풀었다며? 진짜야?"라고 물어보더란다.

이미 경쟁은 시작되었다.


철수는 주 2회만 와도 되는데 굳이 주 3회를 오겠다며,

오늘 13장 남은 문제집을 모두 풀어오겠다고 스스로 숙제로 가져갔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기회다 싶어서 영희에게 얘기했다.

"영희야. 마음으로는 영희가 더 잘했으면 좋겠는데, 너는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니까

이모는 철수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서운해하지 마!"

또 철수에게는

"철수야! 우리가 속도 한번 내 볼까?"


오랜만에 아주 풋풋한 경쟁심이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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