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나 Jun 23. 2022

생애 첫 번따 당한 이야기(번호 따기)

나의 큰딸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다.

찰랑찰랑 윤기 있는 긴~ 머리카락에, 얼굴에는 여드름이 많이 나있고, 화장은 전혀 하지 않는

누가 봐도 모범생 비주얼의 평범한 여고생이다.


이틀 전 어둑한 저녁, 영어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누가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친구~ 너무나 제스타 일이라서 그런데 전화번호 좀 줄 수 있어요?"


너무 깜짝 놀라서 말도 못 하고 몸짓으로 대답을 했다고 한다.


"(고개와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으으으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똑 부러지고 야무지게 "저는 싫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되는데,

왜 그리 바보같이 행동했을까 후회를 하기에 서로 엄청나게 웃었다.

한동안 우리 집 유행어는 으으으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보통은 번호를 딸 때 "저기요~"라고 시작하지 않을까?

누가 "친구~" 하면서 번호를 따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가정을 해본 결과 우리끼리 낸 결론은

아마도 신천지 또는 도를 아십니까? 일 것이다.


여고생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 일은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났다.


내 나이 50살이 되도록 길가다 번 호한 번 따인 적 없어서 나까지 흥분했었는데,

뭐가 이상해도 많이 이상한 큰딸의 생애 첫 번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니 아쉬울 따름이다.

작가의 이전글 경청과 눈 맞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