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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May 18. 2023

늦둥이 조카

동생이 45살에 셋째를 낳았어요.

이름은 우주입니다. (우리 큰딸이 지어준 이름이에요.)

감사하지만 너무 늦게 받은 선물이라 고민도 많았습니다.

아마도 종교가 아니었다면 나쁜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낳고 보니 띠동갑 누나들과 18살 차이 나는 사촌누나들까지 사랑을 독차지합니다.

우주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미어캣처럼 아이 주변에 빙~ 둘러앉아 아이만 바라봅니다.

그러다 우주가 눈웃음 한번 보여주면 꺅~~ 하고 소리를 지르고 한바탕 난리가 나죠.

고3인 제 딸의 말에 모두가 웃었습니다.

"이 집안에서 내가 제일 빨리 아기를 낳을 줄 알았더니, 생각지도 못한 이모가 선수를 쳤어.

이제 누구도 나를 앞질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무조건 내 차례야. ㅎㅎ"


요즘 그런 얘기를 자주 합니다.

우주가 군대 갈 나이면 내 나이가 70살이다.

결혼을 조금 늦게 한다면 나는 결혼식에는 참석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늘나라에서라도 격하게 축하하마... ㅎㅎ


아이가 너무 예쁘고 새로운 행복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젊은 엄마. 아빠가 부럽기도 할 거고요.

사촌들도 나이가 비슷해야 함께 놀텐데 모두 이모뻘 누나들밖에 없으니까요.

사랑은 넘치게 받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짧지만 굵게 사랑을 주고 있습니다.

조카바보도 여기 있지만, 사촌바보들도 많거든요.

우리 딸들은 대학 가서 연애를 하면 남자 친구와 함께 우주를 데리고 놀이공원을 가는 상상을 합니다.

아이를 안 좋아하는 남자는 탈락! 이라네요.


아이하나 키우는 게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다행히 저와 제 동생집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으니 어느 정도 공동육아가 가능합니다.

고등학생 누나들이 아기띠를 메고 슈퍼도 다녀오고 하니까요.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함께 키워야 낯가림도 덜하고,

엄마도 좀 쉬지 않겠습니까?

이쯤 해서 우리 우주사진 투척합니다.


아기들의 웃는 모습과 옹알이는 언제 보고 들어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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