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나 Jan 29. 2020

나의 이름은

일본혼혈 이름의 비밀





이름.

살면서 나보다 남이 더 많이 부를 이름에 사람들은 많은 의미를 담는다. 누군가는 작명소에서, 누군가는 교회의 부름으로, 누군가는 한글 이름으로. 우리와 달리 미들네임이 있는 나라도 있다. 한편 이름이 인생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개명하는 사람도 있다. 잔잔하면서도 몰아치는 파도처럼 이름은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 일본 혼혈인 나, 언니, 동생. 이렇게 삼 남매의 이름은 조금 특별하다. 내 이름은 <유나>다. 한자로 하면 <由挪>로 말미암을 유, 아리따울 나자를 쓴다. 대충 '아리따움으로 말미암아...'라고 해석되는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 사실 내 이름에 큰 의미는 없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유나'라고 읽히는 한자를 나열한 것이다.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라.





한국어와 일본어는 비슷하게 읽히는 한자어가 꽤 있다. 한국의 <요리>는 일본어의 <りょうり[료-리]>로 읽힌다. 둘은 <料理>라는 같은 한자어로 발음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는 일부이고 대부분의 한자어는 다르게 읽힌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예로 들어보자. 그의 이름을 한자로 쓰면 <是枝裕和>라고 한다. 이는 한국어로 [시지유화]로 읽힌다. 한국 친구들이나 인터뷰어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라고 부르겠지만, 병원에 가면 영락없이 '시지유화님~'으로 불릴 것이다. 우리 엄마도 한국 병원에서 이름이 이상하게 불려서 병원에 가기 싫다고 할 정도였다.



이제 내 이름의 소소한 비밀이 무엇인지 이해했을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유나>로 불린다. 우리 삼 남매 모두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똑같은 음으로 불릴 수 있는 이름으로 붙여졌다. 양국을 오갈 삼 남매에 대한 부모님의 작은 배려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유나'라는 이름 자체에 큰 의미는 없지만 '아리땁다'라는 말의 의미와 어감도 좋다. '윤아가 아니라 유나예요.'라고 설명을 덧붙이는 게 귀찮기는 해도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선택의 순간을 여럿 맞게 된다. 친구도 연인도 직업도. 가족만이 유일하게 나의 선택이 아닌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이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개명이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주어진 이름으로 살아가므로. 그리고 흔하든 특이하든,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 자아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이름은 네이버 검색을 참조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일전. 누구를 응원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