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없었네

사랑 장사에 지쳐서

by moonbow

음악을 듣다보면 직업이 직업인지라 가사를 더 곱씹어 듣게 된다.

친구랑 예전에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왜 남자 노래 중에는 여자가 떠난 다음에야 후회하며 부르는 노래가 많냐고 짜증을 내며 성토를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소몰이 창법이 더 유행하던 때고 남자 솔로의 노래 가사가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상실해야 비로소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이.


여자의 노래는 조금은 청승맞게 떠나도 잊지를 못 한다거나 바람피는 남자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든지 그녀보다 이렇게 사랑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든지.


'사랑'이라는 열병 또는 지독한 감기에 걸리고 '이별'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랑노래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나 또한 그랬고 사랑없이는 글도 못 쓰겠고 뭔가 재미가 없다고 느껴진 적이 많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나의 상태와 달뜬 마음과 그 기분에 도취되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지난 번에 쓰려고 노력한 뮤지컬은 젊은 남자가 타락의 길로 가려다 사랑하는 여자의 영향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는 내용이었다. 고쳐야 할 부분이 많고 뮤지컬의 성격상 원하는 내용을 다 쓸 수도, 내 복잡한 미로같은 머릿속에서 날렵하게 드라마 라인을 짜내지도 못했지만 그 때는 사랑때문에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고 기본 뿌리까지 흔들리는 그런 강렬한 무언가(사랑)을 써보고 싶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론 매우 정치적인 내용이 주가 되어야 했지만.


쓰디쓴 평가와 심사는 최소한의 창작하고 싶은 자존심도 조각내 버릴만큼 아팠다. 그 흔해 빠진 '사랑'이야기, 뻔하디 뻔한 사랑 이야기, 작가는 본인이 뭘 쓰고 싶은 지도 모른다며 수많은 문제를 지적받았다.

그것보단 사람, 이 놈.

꽤나 골치아프다. 있어도 문제도 없어도 문제다.


사실 '사랑'이란 유사이래 가장 뻔하고 흔하고 하지만 계속되는 소재이다. 닳고 닳아도 새로운 사랑이야기를 원하고 똑같지만 조금 다른 사랑이야기를 사람들은 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날 송두리째 흔들고 나의 일부인 것같은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그 사랑이 현실적으로 단계를 밟아 긴 연애나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항상 뭔가 어긋나듯 퍼즐 조각은 마지막 한 조각을 남겨두고 완성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와르르 무너지는 완벽한 그림은 처절한 이별 노래를 많이도 만들어 낸다.


방향없는 애정이 타인을 향하지 못하고 그저 내 안에서만 빙빙 맴돌 때는....

그런 때에는 사랑이라는 반짝이는 금박지만 입힌 사탕들이 길거리에 가득찬 것을 본다. 때론 지갑을 열어서라도 다정함을 사고 싶어지기도 한다.

아니면 너무 외롭거나 사랑이란 달콤함에 속아 냉소적이 된 내 눈에 모든 다정함과 사랑이 금박지 입힌 사탕들로 보이는 건지도.


이런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건 분명하다. 길거리에 사람들은 무표정하고 이성적인듯한 얼굴로 걸어다니지만 사랑을 이야기하자는 채팅방이 수도 없이 많고 짝을 찾기 위한 어플도 수도 없다. 이런 수많은 무의미해 보이는 시도 끝에 사랑을 찾는 사람은 몇이나 될 수 있을까.


연애와 결혼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5포 세대는 7포 세대로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아졌고 난 나를 둘러싼 사회의 변화를 보면서 소재를 찾다가 사랑이 사라진 세계가 도래하진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물론 이런 소재는 나만 생각한 건 아니다.


사랑이 노래에만, 드라마에만, 영화에만, 소설에만, 게임에만, 채팅 어플에만 존재해 결국 '사랑'이 세상에 없어진 상태.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죽음이 사라진 세상을 소설로 썼었다. '사랑'이 사라진 세상은 어떻게 될까.


잠시 생각해보니 일상에 존재할 작은 것들이 모두 사라지는 장면이 상상된다.

최근에 애지중지하며 집에 들인 반려식물 허브화분들이나 고양이들이나 내가 쓴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의 표정이나 모두 뭔가가 잘못되어 시들어 말라버린 화분처럼 바스락거리며 생명을 잃어가는 장면. 한 사람과 나누는 사랑은 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지만 내가 쓴 뮤지컬이, 주인공이 평가와 심사에 의해 조각났을 때 나도 조각 나 버린 건 내가 아마 그 이야기를 사랑해서 일 거다. 물론 같이 조각나버려서 없어지지 않도록 나는 다시 일어나 너덜너덜해진 이야기의 파편을 언젠가 다시 맞춰야 하지만. 그렇게 파편을 다시 맞출 힘은 역시나..... 사랑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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