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뇌세포들이 하는 말
내 속엔 미니언즈같은 아이들이(얘네처럼 귀엽지도 않지만) 항상 '해야 한다' '해야한다'를 외치면서 부산하게 돌아다녔었다.
해야 할 것들은 정말로 많았다.
뭐도 공부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운동 중에서 스쿼트도 해야하고 복근 운동도 해야하고 유산소도 해야 하고 계획도 세워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는데 책 중에서도 문학분야만 읽지말고 다른 분야도 찾아보고 트렌드도 읽어야 하고 외모도 가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손톱, 발톱, 피부, 여드름관리 그리고 옷도 뭐 입을 지 생각해야 하고 남들은 여행도 가던데 여행간다면 어디가고 싶을 지 생각도 해놔야 되고 영어공부도 더 해야 하고 자격증은 더 없어도 되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미래를 생각해서 기술을 배워놔야 하나? 그럼 뭘 배우지?
'하고 싶다'라는 말이 '해야 한다' 대신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2년은 걸린 것 같다. 항상 '해야 한다'로 나를 두드리고 코너로 몰면서 피곤하게 살았던 것이다.
영어를 'native'만큼 잘 할수가 없는데 왜 그 정도로 잘 해야 하고 내가 연예인할 것도 아닌데 왜 연예인정도로 '예뻐야 하며' 여행을 갈 것도 아닌데 왜 미리 계획을 세워놓아야 하며(그것도 갈 수 없음에 고통스러워하고 이미 많이 가는 사람들을 질투하며), 관심이 없는 분야인데도 왜 억지로 어디선가 '꼭 읽어야 할 교양도서'라고 말했다고 해서 이해안되는 날 탓하면서 꾸역꾸역 읽어야 하나.
물론 이 모든 일이 흥미가 있고 재미를 느끼고 약간의 강압성을 전제로 하는 일이라면 그다지 문제가 없었겠지만 한 동안 나는 이 모든 것들을 '해야 한다'로 밀어부치며 행동보다는 좌절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괴로워했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은가.)
'해야 한다'를 잠재우고 '하면 좋겠다, '하면 좋다, '하고 싶다' 이렇게 바뀌기까지 폐인모드로 살기도 하고 너무 많이 놔버려서 20kg 넘게 살이 찌기도 했지만 이젠 너무 '해야 한다'가 없어진 게 아닐까 생각이 들다가도 '해야 한다'보다는 그냥 어떤 말없는 '의지의 마음'이 대나무 새순처럼 불쑥 솟아나면 그저 바로 행동에 옮기는 루틴을 몸에 새기려고 한다.
게다가 이젠 목표의 비현실성을 당연히 인정하고. 치기어린 어린 마음에 강원도에서 왔다고 함경도 특혜로 대학왔다고 놀리던 대학 사람들에게 복수(?)하거나 영어에게 당한 수치심을 native보다 잘 하는 영어로 되갚아주겠다는 힘든 복수는 내려놓고. 그냥 영어로된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가끔 나오는 단어를 찾아보고 영어와 나 사이에 별스러운 감정을 하나하나 없애버린다.
그리고 한국은 연예인만큼 하고 다녀야(여자만) 뭔가 대우받고 관심받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고 어떤 연예인이 무슨 다이어트를 했다고 하면 다들 따라한다. 성형광고도 불필요하게 너무 많다.
20대에 정말 어리석었을 때에는 남자들이 거의 청순하고 여리여리한 여자를 좋아하니 나는 너무 튼튼해서 안된다며 인터넷 쇼핑몰의 포토샵한 게다리처럼 가늘고 긴 다리가 되고 싶었다.(지금 생각하니 부끄럽다.) 이건 초등학교 때부터 청순가련해서 허구헌 날 쓰러지고 아프고 이런 주인공이 삼각 관계의 축이었기에 '야.....난 참... 저런 주인공이 될 수 없구나.'라며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되지도 못하겠지만 열심히 하던 다이어트는 너무도 힘들었고 과한 운동 탓에 부작용만을 남겼다.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지는 모르지만 '해야 한다'보다는 '하면 좋다', '하고 싶다'가 더 지속적이고 꾸준한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내 자신에게 한 번더 해주면서 하면 좋은 목록을 몇 가지 더 써보려 한다.
- 하늘을 보는 것
- 내 몸을 보고 아름다운 점을 찾는 것
- 공부를 하면 뿌듯하고 자신감이 조금 생김
- 운동을 하면 피로하고 힘든 일 중에 내게 유익한 일을 한 것임
- 좋은 글을 읽으면 마음이 유해지고 힘이 세짐(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눈빛이 달라짐)
-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춤추고 싶어짐
-춤을 추면 고양이들이 도망가지만 웃기고 신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