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틸다
<마틸다>는 로알드 달의 소설이다. 그 이후 영화로 만들어졌고 또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아이들에게 영어로 된 영화를 조금씩 보여주면서 단어와 표현을 익히게 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그 때 다시 본 영화가 <마틸다>였다. 로알드 달의 유머와 재치를 아주 좋아하지만 <마틸다>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인 나도 아이들과 같이 보니 더 많은 것들이 보이는 사랑스러움으로 채워져 있는 영화였다.
때때로 죽고 싶고 앞날이 보이지 않지만 영국에 가서 뮤지컬 <마틸다>를 보는 것이 희망사항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처음엔 뮤지컬의 가벼움과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하고 과장된 감정이 싫었는데 마틸다의 오리지널 OST를 들으면서 나느 아이처럼 방방 뛰기도 하고 집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파티를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아주 귀엽고 맹랑하며 초능력을 가진 '마틸다'라는 아이가 내 안 깊숙이 숨어 화석으로 변했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작아질 순 없지만 어른이 되어서 아이가 될 수가 있는 사람은 플로베르가 천재라고 했다. 그랬으면 제발 좋겠지만 뭐, 아이 처럼 웃고 놀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면 그걸로도 족하다.
다시 <마틸다>로 돌아가자면 마틸다는 어린 여자 아이고 친척집에 얻혀 사는 초능력을 가진 여자 아이다. 학교에는 투포환을 하는 아주 무섭고 아이들을 벌레취급하는 교장 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마틸다의 반에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천사같은 선생님이 있다. 마틸다는 혼자 책을 읽는 법을 알고 모든 어른을 능가할 정도로 똑똑한 아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책을 읽는 마틸다를 구박할 뿐이다. 그러다 마틸다의 자신이 초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무식하고 무서운 교장선생님을 무찌르고 마틸다의 가치를 모르는 천박한 가족과는 안녕을 고하고 교장선생님이 된 천사 선생님에게 입양되어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다.
아이들과 영화 <마틸다>를 보니 마틸다처럼 초능력을 갖게 될 때 '우와' 하면서 좋아하고 멍청한 어른들을 초능력으로 혼내줄 때는 같이 통쾌해졌다. 혼자 봤다면 심드렁한 표정으로 속으로만 '조금 재미있군'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작가 로알드 달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어린 마음'을 간직한 사람만의 소중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어쩌면 어린 시절 나도 '마틸다'같았을 수도 있다. 내 초능력이 스르르 없어지는 것을 나는 느낀 적이 있다. 허언증이 아니라. 마틸다처럼 물건을 옮기고 나쁜 교장선생(어른)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초능력은 아니지만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믿는 대로 온 몸과 온 마음을 다해서 했던 여러가지 쓸 데 없던 일. 윳놀이같은. 성당에서 아주 추운 구정 윷놀이 대회를 했을 때 나는 '아무 생각'없이 던지고 쉽게 결승에 올라갔다. 유독 나를 사랑해주셨던 요아킴 신부님이 옆에서 '윳!' 외치고 내가 던지면 그대로 윷이 나오고 '개!'하고 기합을 넣어주면 난 또 그대로 개를 던졌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기뻐하지도 않아하면서 윷을 던졌다. 정말 신기하게도 1등을 했다. 초심자의 운인지 23살 남짓에 라스베이거스를 가서 처음 도박을 했을 때는 무슨 버튼인지도 모르고 계속 눌렀다. 무서워서 10센트만 베팅을 했는데 나는 되는지도 어떤지도 몰랐다.(바보인가) 근데 점점 내 뒤로 거기 죽순이 죽돌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들었고 사뭇 진지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나는 20달러짜리를 집어 넣고 100달러 좀 넘는 영수증을 꺼냈다. 초심자의 운이었는지. 그 이후 욕심을 내고 버튼을 눌러봤지만 기분만 잡칠 뿐이었다. 내 자시엔 날 유독 째려보던 흰 머리의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그런 '아무 것도 없는 마음'이 어딘가에 집중이 되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에너지. 마틸다가 선생님에게 보여주려고 할 때는 초능력을 보여줄 수 없지만 연습을 하니 더 큰 파워가 생긴 것처럼 나도 다시 화석이 된 마틸다를 다시 초대해 여태 교장선생님이었던 나를 좀 저리 보내고 다정한 선생님이 되어 보듬어 초능력을 끌어 올리는 시간을 갖고 싶다.
'마틸다! 마틸다!'
'마이 마마 세드 아임 mira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