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콜리니코프
22/100 등장인물과 함께 하는 여담 - <죄와 벌>에 라스콜리니코프
라스콜리니코프 는 내가 고3이 되기 전 겨울에 만났던 주인공이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트옙스키의 책은 유명하지만 읽기 어려운 걸로도 유명했는데 장광설을 늘어놓는 등장인물때문이기도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의 긴 이름과 또 애칭까지 더해져 인물들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서 초반부분을 읽으며 책 앞이나 뒤에 있는 인물관계도를 여러번 찾아보다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래도 <죄와 벌>은 방대한 가족, 친인척이 나오지도 않고 다른 소설보다는 길이도 짧다. 도스트옙스키는 <죄와 벌>을 쓰기 전까지는 잡지에 겨우 기고하는 b급 작가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법원의 서기관인가(아닌것같다), 아니면 법원 앞에서 기다리다가 그 소식을 짧게 써서 신문에 싣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짧은 법 선고문이 실린 기사를 오려 책상 서랍에 오랫동안 보관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바로 전도유망한 대학생이 노파를 살해한 짧은 기사였고 좋은(?) 작가가 되기를 미루다 미루다 거의 도박빚에 절벽까지 밀린 이후에야 소설을 하나 쓰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죄와 벌>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주인공이며 가난하고 좋은 대학 법대생이다. 가진 것은 코트 하나이고 불도 때지 못하고 덜덜 떨면서도 집에 돈을 달라고 하는 편지를 쓰다 구겨 버리며 방세를 받으러 온 주인을 피해 추운 길거리를 방황한다. 겨우 와인 한 잔으로 몸을 데우면서 자기 자신처럼 법을 전공해 나중에 모두에게 선하고 좋은 일을 하려는 자에게는 학비는커녕 숙식도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이 잘 못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곧 내일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재산을 맡아 주는 대가로 터무니없는 돈을 꿔주며 낡은 서랍에만 보관해둘 돈뭉치 가지고 있는 전당포 노파를 본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저런 돈뭉치는 서랍 속에서 아무 소용도 없이 노파의 욕망을 위해서만 존재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쓰인다면 나폴레옹만큼(19세기,20세기 초까지 젊은 이들은 나폴레옹을 숭배하며 그와같은 위대한 인물이 된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을 죽이더라도 영웅이 된다는 보나파르트(?) 사상에 심취해있었던 것 같다) 위대한 영웅이 될 가치로 쓰일 것이라는 빈틈없는 자신의 사상에 심취한다.
-계속